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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 생략, 판 깨지 않기 위해 육성은 자제한 것"

통일/북한

    "김정은 신년사 생략, 판 깨지 않기 위해 육성은 자제한 것"

    육성 신년사 생략? 위기상황 강조
    최후통첩이지만 판 깨지 않으려
    나흘 걸린 전원회의 "美, 변화 먼저"
    완전히 판 깨지나? 3월까지 지켜봐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래 단 한 번도 거르지 않던 육성 신년사가 올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생략한 걸까요? 생략의 의미를 짚어보고요. 신년사 대신 나온 게 전원회의 발표문이었는데 그 내용을 좀 들여다봐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발언은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거다. 넘어갈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넘어갈 거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이게 벼랑 끝 압박 전술의 일환인 건지 아니면 정말 협상을 판을 깬 걸로 봐야 되는지 함께 분석을 해 보죠.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 연결합니다. 홍 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 홍현익>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아니, 매년 내던 육성 신년사를 왜 올해는 안 한 걸까요?

    ◆ 홍현익> 어저께 나온 제5차 전원회의, 당 중앙 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 보고문. 여기 보면 내용이 주로 “엄청나게 어려운 형국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자력갱생해야 된다”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일종의 지도자로서 자기가 주민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해 줬다. 이걸 자랑해야 되는데 자랑거리가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좀 주민들에게 나서기도 민망할 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전문가들이 분석해 보니까 1956년에 김일성이 8월 종파 사건. 이게 러시아를 갔다 와서 마지막 남은 국내 친 외국 세력을 제거한 건데요. 그때도 신년사를 안 하고 생략했거든요. 당 전원회의를 해서 그 내용을 보도했던 거의 유사한 형태를 갖추는데요. 국내적으로 어려운 형국이 조성이 됐다는 것을 위기 상황을 강조하는 거다라는 거고요.

    그 다음에 오늘 아침 신문 보도에서 보니까 김정은이 결국 미국한테 경고를 보낸 거잖아요. 최후 통첩이기는 하지만 판을 깨지 않기 위해서 직접 자기의 육성으로 하는 건 자제했다.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아, 그 부분 해석 중요하네요.

    ◆ 홍현익> 그런 의미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볼 때는 자기가 작년 4월에 공개적으로 최고 인민 회의에서 미국한테 연말까지 시간을 줬는데, 미국이 안 지켰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응징을 해야 된다는 의사도 표시하고, 그러나 판은 깨고 싶지 않다는 거죠.

    ◇ 김현정> 전원회의 발표문 내용이 굉장히 세요. 이 센 내용을 김정은 위원장 육성으로 할 경우에는 더 세지죠. 더 강한 힘이 들어가죠. 그래서 육성으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분석도 가능하네요.

    ◆ 홍현익> 그럼요.

    ◇ 김현정> 일각에서는 개인 결정이 아닌 당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거다. 이런 분석도 나오던데 동의하세요?

    ◆ 홍현익> 아까 말씀드린 1956년 종파 사건 그때도 당의 뜻이라는 걸 강조했던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결국 김정은이 혼자 선택한 거지만 최측근 참모 몇 명하고 결정한 거지만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 이 모든 북한의 권력 서열 1위부터 300등 정도까지의 모든 사람은 다 모아놓고 집단 결정했다라고 함으로써 결정의 위엄도 보여주고 또 자기 책임도 모면하려는 것이죠. 나중에 잘 안 됐을 때, 나 혼자 결정한 게 아니다라는 빌미를 마련해 놓는 겁니다.

    ◇ 김현정> 하여튼 좋을 때 육성 신년사가 안 나올 리는 없고 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예요.

    ◆ 홍현익> 그럼요. 굉장히 위기 상황을 느끼고 있는 게 절절히 표현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전원회의 발표문 내용 보겠습니다. 우선 그 전에 박사님, 노동당 중앙 위원회 전원회의. 1등부터 300등까지 서열이 모여서 다 한다는 그 회의는 어떤 회의예요?

    ◆ 홍현익> 공산당이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났잖아요. 옛날에 귀족들의 특권을 폐지하고 평등한 사회 만든다고 한 건데. 많은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서 국가의 정책으로 한다는 취지에서 전당 대회가 제일 중요한 회의고요. 그런데 10년에 한 번씩 하고 그러잖아요. 전당 대회가 모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이제 간부들을 전당대회에서 뽑아가지고 당 중앙 위원회 전원회의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국회랑 비슷한 형태인데요. 당 회의라는 거죠. 그런데 다양한 당이 있는 게 아니라 한 당이니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경청하는 참석자들.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어차피 한 당이니까.

    ◆ 홍현익> 그러니까 독재죠. 그리고 당 중앙 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어저께 인사 문제 나온 것처럼. 정치국이나 내각도 그렇고요. 그다음에 당의 간부들을 또 뽑죠. 그래서 결국은 전체 인민의 뜻에 따라서 통치한다는 건데 실제로는 권력자 1인이 결정하고 정치국의 승인을 받아서 당 중앙 위원회 전원회의의 승인을 받고 이런 형식으로 가니까 아주 위선적인 체제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올해 이례적으로 나흘 동안이나 열렸습니다. 그 결과를 발표한 건데 홍 수석연구위원님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 제일 눈길을 끈 부분은 어디였습니까?

    ◆ 홍현익> 결국은 미국한테 기회를 주고 공을 넘겼다. 이런 부분이에요. 미국의 입장에 따라서는 자기들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를 조정할 것이다. 그것도 한글로는 “상향 조정될 것이다”, 영어로는 “properly co-ordinated, 적절히 조정될 것이다”라고 그랬는데요. 미국의 태도 변화를 보겠다라는 거니까 당장의 도발은 안 한다는 거죠. 미국이 태도 변화를 하면, 대화도 할 것이다라는 얘기가 있는 거죠.

    ◇ 김현정> 국내용으로는 북한 내부용으로는 상향이다, 더 세게 할 것이다라는 걸 강조하느라고 상향을 썼지만.

    ◆ 홍현익> 주민들에게는 세게 자기가 미국을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국에게는 “태도 변하하면 대화할게” 아주 이율배반적인 내용이 들어 있는 거죠.

    ◇ 김현정> 그 앞에 나온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 말에서 “넘어갈 것이다”라고 한 걸 보면서. 그것도 충격적인 실제 행동이라고 말한 걸 보면서 거의 판이 깨진 거 아니냐라고 해석하는 분도 계시던데, 그렇게는 안 보세요?

    ◆ 홍현익> 깨질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거다. 이렇게 봐야죠. 깼다고 보는 건 아니고요. 깼다고 보는 건 곧 핵실험을 할 것이다, 곧 장거리 미사일 발사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해야 되는데 그건 아니고 “발사하지 않겠다고 선의를 보였는데 미국이 상응 행동을 안 하니 우리만 독자적으로 선의를 보이는 것에 지쳤다. 따라서 더 이상 선의를 베풀 것을 이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걸 선언한다 이겁니다.

    향후에는 모라토리움에 구애되지 않겠다는 거니까 자기가 원하면 계속 구애될 수도 있고, 아니면 미국이 태도가 변하면 대화하겠다 이거니까 최악의 상황은 전혀 아니고요. 그리고 조만간 곧 새로운 무기를 보게 될 것이다 이랬는데, 보게 될 것이다라는 게 곧 발사를 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열병식 하면서 보여줄 수도 있는 거고요.

    더 중요한 건 미국의 입장 전환에 따라서 자기들의 핵 억제력의 폭과 심도를 조정하겠다라는 건 상대방의 태도가 나와야 자기가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결국은 미국이 대화를 하겠다라고 하면 할 수도 있다는 얘기죠.

    ◇ 김현정> 북한은 미국이 이 정도는 나와줘야 된다가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거죠?

    ◆ 홍현익> 체제 안전 보장과 발전권이라고 하는 제재 완화 내지 해제. 그 제재도 미리 다 해제를 선행적으로 하는 거보다는 1단계 조치하면 상응해서 그 단계에 대한 제재는 해제하겠다. 이 정도는 해 줘야 된다는 거죠.

    그리고 체제 안전 보장으로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중단해야 된다는 건데, 작년에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가 아주 좋은 합의를 봤다라고 하면서 종전 선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평화 체제 가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관계 정상화도 1단계 조치도 안 했기 때문에, 우리만 속았다. 이런 생각이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싱가포르 합의를 지킬 의사가 있다라는 걸 보여주라는 거죠. 어느 정도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주면 북한도 대화에 나오겠다는 거거든요.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이 강력한 결과 발표문을 보고 미국의 대응이 어땠는가를 봐야 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김정은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고했던 선물. 그러니까 김 위원장이 크리스마스 선물 예고했던 게 꽃병이기를 희망한다.” 며칠째 계속 아름다운 꽃병 얘기를 해요. 꽃병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 홍현익> 꽃병에는 꽃이 담기겠죠. 그 얘기는 관계 정상화라든지 또 서로 간에 좋은 관계. 좋은 사람한테 꽃을 선물하잖아요. 그리고 그 내용 중에 비핵화가 들어갔으면 좋은 내용이니까 비핵화가 들어가기를 희망한다. 즉 김정은에 대한 신뢰 관계를 트럼프도 기분 나쁘겠지만 일단은 상황을 관리해야 되니까 트럼프한테 공을 던졌는데 트럼프가 세게 반응하면 자기 생일인 이달 8일 이전에라도 쏠 수도 있죠.

    그런데 일단 트럼프가 저렇게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라고 했으니 김정은은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니까 머쓱해졌겠죠. 그러나 감정적으로 말만 하고 지키지 않았으니까, 북한이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당장 1월달에 도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저는 이렇게 보고요. 3월 정도에 북한이 미국한테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 그래도 안 하고 한미 연합 훈련을 하니까 이제 우리도 실력을 보여준다. 이러고 쏘지 않을까. 그러니까 1, 2월 정도는 오히려 도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렇게 보는 편입니다.

    ◇ 김현정> 판이 깨지느냐 마느냐의 마지노선은 3월 정도로 보세요?

    ◆ 홍현익> 3월에 한미 연합 훈련이 적절한 빌미가 되고 지금 눈에 안 보이는 제일 중요한 변수는 중국입니다. 결국 북한의 대외 교역의 90%를 하고 있고 그다음에 노동자들도 아직 다 돌려보내지 않았고 관광객이 계속 들어가고 있고 하니까 북한의 경제적인 생명줄을 중국이 갖고 있는데요.

    중국은 참 기묘한 게 도와준다면서도 발표를 안 하고요. 체면을 존중해 주고 한 번에 다 주지 않고 일관되게 조금씩 주니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쏘면 중국의 혜택을 완전히 저버리게 되고, 오히려 추가 제재를 받는데. 결국 중국 때문에 저는 북한이 쉽게 못 한다. 이렇게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착안해야 될 점은 한중일 3국 정상 회담도 12월 말에 했지만 일본은 올림픽을 하고 중국도 2년 뒤에 올림픽하잖아요. 그리고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바라고 북미 관계에서 자기가 북한 때문에 미국한테 더 어려움을 처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도 지금 한반도 평화를 바라거든요.

     

    ◇ 김현정> 그걸 잘 이용해야 된다 그 말씀이신 거죠?

    ◆ 홍현익> 일본은 올림픽 때문에. 따라서 일본으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를 제안하도록 하는 거. 이런 것들을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될 시점입니다.

    ◇ 김현정> 3월 가기 전에 다 같이 노력해야 된다 그 말씀.

    ◆ 홍현익> 1월에 해야 되죠. 아베로 하여금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서 6자 회담이라든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일단 휴전을 선언하자. 그리고 도발하지 말고 일단 대화를 하라고 아베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고, 또 시진핑 주석이 제안하고,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그런 방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홍 박사님, 고맙습니다.

    ◆ 홍현익>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세종연구소 홍현익 외교전략연구실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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