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3선‧경남 사천남해하동)이 불출마 선언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른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사실상 내리 패배한 뒤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 가운데 황 대표가 이를 어떻게 받아낼지 주목된다.
여 의원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 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는 "그런 현장에서 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며 황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한 직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여 의원은 "몸으로라도 막아야 할 의원들이 고발될 걱정만을 하고 있는 마당인데 그걸 두고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하는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면서 "당 지도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황 대표 사퇴까지 염두에 둔 발언인지 취재진이 묻자 "당 대표를 포함해 모든 국회의원까지 자리에 연연해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가진 것을 내려놓고 '빅텐트'를 쳐서 그 안에 순수하게 다시 모여 의논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황 대표 궐위를 뜻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 지도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아울러 "대부분 의원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듯하지만 공천이 시작되니 지도부에 쓴소리 할 수 있는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물갈이라는 위협적인 발언을 하는 지도부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불출마를 먼저 선언했던 김영우(3선‧경기 포천가평) 의원도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법 처리 직후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취재진 등에 보낸 문자메시지에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 비상선대위(비상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의원직 총사퇴 결정을 두고 "무지와 무능과 독단의 소산이다.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안"이라며 비대위 필요성을 시사했었다.
다만 여 의원과 같은 날 불출마 선언을 낸 한선교(4선·경기 용인시병) 의원의 경우 "그분이 생각하는 길이 틀리지 않다고 느껴왔다"며 황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