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5월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박남춘 인천시장에 대해 경찰이 법리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무혐의로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2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 수사를 맡은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박 시장의 직무유기, 업무상과실치상, 수도법 위반 등의 혐의를 수사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피소된 김모 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도 수사했지만, 박 시장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붉은 수돗물 피해 지역 주민들의 진료비 청구 자료 등을 근거로 박 시장과 김 전 본부장의 혐의를 수사했지만 주민 피해와 공무원의 행위 사이에 고의성 등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붉은 수돗물과 주민들이 수돗물 사태로 인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상해 사이에서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경찰은 김 전 본부장은 직접 불러 조사했지만, 박 시장은 소환해 조사하지 않았다.
통상 고발 사건을 맡은 수사기관이 명백하게 피고발인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소환 조사를 하지 않고 사건 자체를 각하하기도 한다.
경찰은 박 시장을 '혐의없음'에 따른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지 아니면 고발 사건 자체를 각하할지를 검찰과 협의 중이다.
앞서 지난해 6월 20일 인천 서구 지역 인터넷커뮤니티 운영자 등은 김 전 본부장을, 다음 날인 21일에는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이라고 밝힌 한 서울 시민이 박 시장을 각각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당시 고발장에서 '무리한 수계전환으로 시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인천지방검찰청 해양안전범죄전담부(부장검사 신영식)가 배당받아 수사를 지휘했다.
다만 경찰은 지난해 11월 수사를 통해 '붉은 수돗물' 사태가 관련 담당자의 임의적인 기계 조작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공무원 7명을 공전자기록 위·변작,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30일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공촌정수장의 탁도를 측정하는 기계 작동을 임의로 끈 혐의를 받고 있다.
탁도계는 가동을 멈추면 기계에 표시되는 탁도 수치 그래프가 일시적으로 정상으로 표시된다.
공촌정수장 탁도계는 수돗물 탁도 수치가 0.12NTU 이상일 때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NTU는 탁도 측정 단위다. 음용수의 경우 수질 기준을 0.5NTU 이하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공촌정수장 탁도는 평균 0.07NTU이지만 지난달 수계전환 이후 30분 만에 최대 0.24NT로 수치가 치솟았고 별도의 조치 없이 붉은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공급돼 사태가 악화했다.
경찰은 추가 입건자 없이 이들을 입건하는 선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해 5월 30일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검사 때 수돗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수계전환 중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반 가정은 설거지·빨래·샤워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고 학교는 급식에 차질이 빚어졌다. 식당·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피해 규모를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 포함된 26만 1000가구, 서구·강화·영종 지역 63만 5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지급한 피해 보상금도 66억6600만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