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하는 이낙연 총리 (사진-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기는 좀 빠르다"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우회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시사했다.
이 총리는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권력 의지가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 갖고 계시지 않는 것인가'는 질문에 "권력 의지와 권력욕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책임감이 강하다는 말로 대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성장기 때부터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필요 이상으로 강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고 살았다"며 "책임질 일은 결코 회피하지 못하는 그런 길을 걸어왔다"고 부연했다.
이어 최근 여론조사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2위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의 차이가 큰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얼떨떨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다"며 "일일이 밝히지 않아서 그렇지, 저의 못난 구석을 제가 제일 잘 알 것 아닌가"라고도 답했다.
후임인 정세균 국무총리 지명자가 임명되면 퇴임하게 되는 이 총리는 그간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 총리는 종로 출마 여부를 묻는 앵커의 질문에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다"며 "여러 가지 흐름으로 볼 때 어떤 지역을 맡게 되는 쪽으로 가지 않는가 그런 느낌이다"고 답했다.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인가'는 질문에도 그는 "당에서 제안한다면 해야죠"라며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모습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들의 판단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민이 보시기에 어떤 말이, 또는 어떤 사람에게 더 믿음이 가느냐의 경쟁이게 될 것이다"며 "성장의 속도가 둔화되면 갈등이 표출되게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정치의 크나큰 숙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부터 수렴의 노력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해 아쉽다"며 "정치 세력들이 접점을 쳐다보면서 조정할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 세력을 뒤돌아보다 보니 세력 간의 거리가 멀어진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선친의 이야기였다는 "쟁기질할 때 뒤돌아보면 소가 날뛴다"를 인용하며 "정치 세력들이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소를 보면 소가 아무 말 안 하고 앞으로 가는데, 놓치는 순간 길을 잃는다"고 덧붙였다.
'가야 할 방향과 지지 세력의 생각이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질문에는 "설득하고 사과드려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이해한다"고 소신도 밝혔다.
여의도로 돌아가면서 추구하는 리더십에 대해서는 "기자와 국회의원은 왕성한 문제의식만으로도 할 수 있지만, 도지사와 총리는 실패하지 않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정책의 수립부터 이행까지의 과정에 마음을 쏟는 경험을 했기에 과거보다는 훨씬 더 묵직한 행보를 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소신이라는 '실용적 진보주의'를 거론하며 "'진보주의'는 앞으로 나아가되, '실용적'이라는 수식어는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며 "국민들과 국가의 문제가 숱하게 많은데 해결하지 않고 멀리 있는 가치만 보고 가다가 잘못하면 실족한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새해 덕담'으로는 "지나고 보니까 역경이 놀라운 축복이더라"며 집안이 가난해 사법시험을 치르지 못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했던 과거사를 얘기했다.
이어 "법조인의 길을 못 가서 기자가 됐고, 기자를 하다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국회의원이 됐고 도지사를 하다가 총리까지 왔는데, 압축하면 아버지가 가난해서 총리가 된 것이다"며 "어떤 고난이 또 다른 축복의 위장일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