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음원 사재기, 차트 조작에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 (사진=그알' 예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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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요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음원 사재기 논란을 파헤쳤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 소속사는 사재기는 없었고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4일 밤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음원 사재기 논란을 다뤘다. 2018년 4월, 닐로는 '지나오다'라는 노래로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트와이스, 위너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신곡이 연달아 발표된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거의 없는 가수와 그의 곡이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해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닐로의 '지나오다'는 2017년 10월에 발매된 곡이었다.
이때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적 없다며 사재기 의혹 관련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의외의 1위'는 닐로에서 그치지 않았다. 밴드 칵스의 숀은 '웨이 백 홈'(Way Back Home)으로, 우디는 '이 노래가 클럽에 나온다면'이란 곡으로 실시간 1위를 기록했다.
음원 사재기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11월 박경이 올린 트윗이었다. 그는 실명을 언급하며 "사재기하고 싶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지목된 가수들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한 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알' 방송에 출연한 송하예 소속사 관계자는 "진짜 어떤 미친 XX 하나가 올린 것 때문에 이런 파장이 일어난 건데 내 음원을 팔면 수십 억 받는다. 그런데 굳이 (음원차트 사재기를) 할 이유가 1도 없다"라고 말했고, 황인욱 소속사 관계자는 "저희도 되게 당황스럽다.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데"라고 말했다.
임재현 소속사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선동'이라고 표현한 후 "선동꾼들이 공론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닐로와 장덕철 소속사는 "저희는 불법적인 행위를 안 했는데 자꾸 그런 시선을 받으니까 하루빨리 이 일이 해결됐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전상근 소속사는 "형사 고소를 진행한 상태"라고, 바이브 소속사는 "본인이 거론했으면 증거자료와 근거를 갖고 나와라. 무슨 근거로 한 회사의 아티스트들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는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그알'에는 현재 활동 중인 가수들이 나와 차트 조작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지난해 여름 바이럴 마케팅을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순위가 1년~1년 반 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답을 들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래퍼 타이거 JK는 "사재기 제안은 오래전부터 받아와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업체에서 설명한 경쟁자 음원 밀어내기 방식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가수 A의 음원이 나온다면, 그 가수와 비슷한 유형의 발라드 3곡을 밀어줘서 A의 순위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타이거 JK는 자신의 곡 '이런 건가요'에서 제안받은 금액 1억을 언급하며 '이러긴가요'(일억인가요)라는 가사를 넣었다고도 밝혔다.
가수 말보도 "1위를 만들 수 있다", "걸릴 일이 없다고 하더라"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취해야 되고 그리워해야 되고 사람들이 이별을 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사여야 한다"라고 전했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흔히 말하는 '페이스북으로 음원을 띄운다'는 것은 페이스북 홍보를 하면서 차트 조작도 동시에 진행된다는 의미라며, 일명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린다고 밝혔다. 연예 기획사와 홍보대행업체를 연결해주는 브로커는 "페이스북 픽은 그냥 '이런 식으로 올라간다'고 포장하는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윤동환 연예기획사 대표는 "(가수가) 힘들게 (앨범) 만드는 걸 봤는데 제작자 입장에서 '내가 무능해서 이 앨범을 사람들한테 알리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음악에 대한 반응이) 정말 공정하게 판단되는 거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텐데…"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률은 5.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