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종교를 허용하지 않는 북한이 승려 출신의 독립운동가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을 진보적 사상가로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가 7일 입수한 북한 계간 학술지 '사회과학원 학보' 최신호는 '한용운의 반일독립사상의 의의와 제한성'이라는 논문에서 그를 "비록 자비와 염세를 설교하는 불교를 신봉하는 종교인이기는 하지만 근대 반일독립사상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 학술지는 3·1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11월 15일 발행돼 북한 학계에서도 이와 관련해 역사적 재조명이 활발하게 진행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논문은 "20세기 초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 속에서 출현한 민족개량주의는 우리 민족이 근대 발전에서 남보다 뒤떨어진 원인을 썩어빠진 봉건 통치배들의 사대주의적 정치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마치 민족성이 뒤떨어지는 데 있는 듯이 역설했다"면서 "이런 가운데 한용운은 조선 민족이 민족 자존성을 높이 발휘하면 능히 독립을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해 민족개량주의자들의 민족허무주의적 견해에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한용운은 1919년 3·1운동 계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불교계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만세운동 동참을 권유한 독립운동가다. 1926년에는 시집 '님의 침묵'을 발표하는 등 문학으로도 일제에 저항했으며 정부는 그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북한 무소속대변지 통일신보는 2001년 12월 기사에서 한용운의 후손이 북한에 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용운의 아들 보국 씨가 월북했고, 그의 딸 명심 씨 등 5남매가 북한에 산다고 당시 통일신보는 전했다.
한편, 논문은 평화적으로 진행된 3·1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무장투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논문은 "총과 대포로 발톱까지 무장한 일제와 맞서 정의와 도의를 부르짖으며 결사적인 행동을 벌인다고 하여 민족의 자주권이 지켜지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빼앗긴 국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허황한 꿈"이라며 "무장한 원수와는 반드시 무장으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악한 제국주의자들이 자기의 생명선인 식민지를 스스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 진리"라며 "3·1 인민봉기에 대한 일제강점자들의 야수적인 탄압 만행은 이 진리를 다시 한번 뚜렷이 실증하여 주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