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무분별한 안락사가 세상에 폭로된 지 만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동물 안락사 자체를 부인했던 박소연 대표의 '거짓말'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 했다.
검찰은 최근 관련 사건 수사를 종결하고 박 대표를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00여마리의 개를 부당하게 안락사시킨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겼다. 이런 수사 결과를 두고 케어 측은 "우리가 동물을 위한 단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적반하장식 입장을 밝혀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케어 사태' 이후 1년 동안 동물권 운동이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단체들간에도 분열과 반목이 생기면서 동물 보호 운동의 동력이 저하됐다고 입을 모았다.
◇깊어진 분열·갈등에 한목소리 못 내…후원 급감김영환 동물보호법연구회 연구원은 "동물권 단체들 사이에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든 분열과 갈등이 생겼다"며 입을 뗐다.
그는 "(활동가들의) 생각에 차이가 있고 추구하는 활동도 다 다르다"며 "하지만 내부에서 갈등이 있는 것과 형사고발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단체들이 서로 공개적으로 공격한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지금은 동물권 단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환경"이라며 "힘을 모을 수 없다보니 주장도 힘을 잃었다. 정부나 축산업 종사자들이 동물단체 주장에 신경을 안 쓴다"고 짚었다.
한 동물권 단체 관계자도 "케어 사태 이전에는 이념이 다른 단체들이 종종 공동 대응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케어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로 나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동물권 단체 대표는 "동물권 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 자체가 없어진 게 가장 안타깝다"며 "대부분의 후원 단체들 후원금이 상당히 줄면서 재정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동물 구조에만 후원자들이 몰리는 추세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 외에 다양한 운동 영역은 위축 정도가 더 심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락사 공론화 불필요…"세대교체·협력이 시급"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케어가 동물들을 안락사시킨 혐의로 기소된 이후 지난 4일 올린 입장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 98마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안락사한 혐의가 여전한데도 케어 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를 고수했다. 한 동물권 운동가는 "전형적인 적반하장"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케어는 "이번 재판을 계기로 안락사에 관해 사회적 토론을 하고, 안락사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강한 거부감을 가졌던 '동물 안락사'를 공론화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동물권 단체들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한 단체 관계자는 "이전에도 동물권 단체나 후원자들은 안락사의 불가피성이나 현실을 알고 있었다"며 "안락사가 아니라 거짓말이 문제인데, 논점을 흐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도 "고통 속에 있는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은 일정 정도의 안락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구조를 하지 않으면 안락사할 일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안락사의 불가피함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동물권 운동은 너무 온건하다"며 "급진적인 젊은 세대가 기존 운동을 대체하는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단체들은 지금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