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20년 1월 7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임자운 (변호사, 반올림 활동가)
◇ 정관용>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그 산재. 이 운동을 함께하는 반올림 등의 노동사회단체들이 오늘 산업기술보호법 이거 문제 있다, 이런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어요. 국가 주요 산업기술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만들어진 게 이 산업기술보호법인데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지. 반올림 활동가로 오늘 기자회견을 함께한 임자운 변호사를 연결해 봅니다. 임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임자운> 안녕하세요.
◇ 정관용> 산업기술보호법 지난해 7월 통과됐다고요?
◆ 임자운> 맞습니다.
◇ 정관용> 이게 새롭게 제정된 겁니까? 없던 법이 새롭게 만들어진 거예요?
◆ 임자운> 아니요. 법은 2006년에 제정됐습니다. 이번에 좀 크게 개정이 된 거죠.
◇ 정관용> 어떤 내용이죠, 주요 내용이?
◆ 임자운> 그러니까 이 법은 원래는 산업기술의 불법 해외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인데 이게 특정 기업이 삼성전자죠. 이 법을 공장의 작업환경을 은폐하는 목적으로 좀 악용을 하기 시작을 하다가 그게 이제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이번에 그 목적에 맞게 법 자체를 바꿔버렸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법 개정된 핵심 내용이 뭐예요?
◆ 임자운>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는 비공개한다는 규정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종래 국가가 공장 작업 환경에 관한 자료에 공기업으로 판단할 때는 그 자료가 이제 영업비밀인지 아니면 사람의 생명 건강을 위해서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그런 기준들을 따졌다면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서는 그 정보가 국가핵심기술과 관련 있는 정보냐, 이것만 판단해서 관련성이 인정되면 이제 비공개해도 좋다, 이게 이번 규정이고요. 또 하나는 이제 적법하게 제공받은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로 사용금지하면 처벌하겠다, 이런 규정인데 이것은 결국에는 사업장의 노동환경에 대한 공익적 문제제기를 크게 제약할 수 있는 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첫 번째, 국가핵심기술 정보면 비공개해도 된다.
◆ 임자운> 네.
◇ 정관용> 그런데 그게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을 해 줘요?
◆ 임자운> 그게 사실은 큰 문제인데요. 이번 법 개정의 가장 큰 문제가 법 규정의 모호성입니다. 그러니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게 지금 한 62개 정도가 정해져 있는데 굉장히 추상적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그러면 그 기술과 관련성은 그럼 누가 판단하느냐. 그 관련성의 판단기준은 무엇이냐, 이것이 드러나 있지 않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이게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관련성을 다투기 전까지는 기업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고 아니면 공공기관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 정관용> 밑에 시행령에서도 구체적으로 명시를 안 했어요?
◆ 임자운>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는 비공개한다, 공개하면 안 된다, 이 규정에 대해서는 위임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법률 내용으로 정해져 있는 겁니다.
◇ 정관용> 그래요? 시행령에도 예를 들어서 국가핵심기술 관련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무슨 위원회를 둔다든지 이런 것도 전혀 없어요?
◆ 임자운> 없습니다. 다만 이 단서조항이 있어요.
◇ 정관용> 뭐요?
◆ 임자운> 국가경제나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없다면 공개해도 좋다라는 단서조항이 있는데.
◇ 정관용> 그것도 추상적이네요.
◆ 임자운> 굉장히 추상적이죠? 그리고 그 단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산자부 관련 산업기술보호심의위원회가 판단하도록 했고 산자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했어요. 그러니까 산업기술 보호의 측면에서만 이 공개 여부를 계속 판단하겠다는 거죠.
◇ 정관용> 두 번째가 적법하게 제공된 정보를 다른 데 제공해서는 안 된다.
◆ 임자운> 예예.
◇ 정관용> 이건 그런데 맞는 얘기 아니에요?
◆ 임자운> 그러니까 이게.
◇ 정관용> 이런 거야말로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
◆ 임자운> 그렇게 해석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이번에 14조 8호가 들어오기 전까지도 이 산업기술 침해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은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행위들을 처벌했냐면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정보나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혹은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의 사용 공개 이것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번에는 판결 등을 통해서 적법한 경로로 취득한 정보라 하더라도 그 제공받은 목적 외로만 사용 공개하면 그걸 처벌하겠다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이 규정 자체도 굉장히 모호합니다. 굉장히 모호하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이라는 것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제도 자체로. 다른 정보공개청구 절차 자체가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임자운> 그러면 그렇게 취득한 정보에 취득 목적은 누가 특정할 거냐, 거기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 정관용> 글쎄요. 두 가지가 다 상당히 좀 추상적이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조항들이 새롭게 신설됐다 이거로군요.
◆ 임자운>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주장하신 바는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산재 여부 가리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해 왔지 않습니까?
◆ 임자운> 맞습니다.
◇ 정관용> 작업환경 보고서 같은 정보를 알아야 이게 산재인지 아닌지 다투어보고 입증할 수 있으니까 정보공개를 요청하신 거겠죠.
◆ 임자운> 예.
◇ 정관용> 그런데 이 와중에 법안이 바뀐 거라고요.
◆ 임자운> 예, 그게 삼성의 작업 환경 은폐 논란은 굉장히 오래됐고 그런데 과거에는 삼성이 주로 영업비밀을 주장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주장을 새롭게 하기 시작을 했는데 그 주장의 요지는 그런 거죠. 자신들의 반도체 공장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공장에 관한 모든 자료는 국가핵심기술 관련 자료이고 따라서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데 이게 법률적으로 틀린 주장이었어요. 그래서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왜냐하면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라고 해서 비공개되어야 한다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거든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 규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없었기 때문에.
◆ 임자운> 예. 그리고 이제 사람의 생명 건강을 위해서 공개되어야 한다는 게 기존의 법률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삼성의 안전보건진단보고서라든가 작업환경보고서 같은 것들이 계속 공개되니까 삼성이 이제는 그 보고서 자체에 대해서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을 한 다음에 산자부가 그 신청을 받아들이자마자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기 시작을 한 거죠. 그래서 최종적으로 작년 8월에 이제 가결된 이 법의 내용을 보면 이제까지 소송에서 삼성이 법률적인 근거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해 왔던 주장 내용들이 고스란히 법률로 들어왔다고 보면 됩니다.
◇ 정관용> 이 법이 있기 이전에 소송에서 삼성을 대리한 변호인단이 폈던 논리가 이건 국가핵심기술이고 국가핵심기술과 관련된 정보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 말이죠?
◆ 임자운> 맞습니다. 그리고...
◇ 정관용> 그 문장이 그대로 새로운 법조항으로 들어갔다?
◆ 임자운> 네, 맞습니다. 그리고 소송 중에. 지금도 관련 소송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소송 중에 이 법률이 이렇게 만들어지니까 이제는 그 법률 내용을 새롭게 주장을 하면서 봐라, 이 사건 보고서 공개 논란이 입법적으로 최근 해결됐다, 이런 주장도 했죠.
◇ 정관용>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될 때 찬반 논란도 별로 없었다면서요?
◆ 임자운> 없었더라고요.
◇ 정관용> 지금 제가 자료를 보니까 206명 찬성, 반대가 제로예요. 맞아요?
◆ 임자운> 예예, 맞습니다.
◇ 정관용> 왜 그랬을까요?
◆ 임자운> 그러니까 당시가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한창일 때였고 산업기술을 보호한다,국가핵심기술을 유출을 했을 때 강하게 처벌한다, 이런, 이러한 취지만 강조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법에 찬성한 그 206명의 국회의원 중에는 지금까지 삼성의 노동인권 문제에 대해서 공감해 왔던 국회의원들도 있었는데 그분들까지 다 찬성을 했더라고요. 나중에 이제 이유를 물어보니 그런 문제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라는 답변들이 들어왔습니다.
◇ 정관용> 몰랐다.
◆ 임자운> 네.
◇ 정관용> 이 법이 아직은 시행되고 있지 않죠?
◆ 임자운> 2월 21일날 시행될 예정입니다.
◇ 정관용> 2월 21일부터.
◆ 임자운> 네.
◇ 정관용>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시렵니까?
◆ 임자운> 아직까지도 이 법의 심각한 문제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계속 알리는 활동을 할 것이고요. 국회에서 토론회도 계획 중이고. 당장 이제 헌법재판소로 달려가서 이 법률이 취소되어야 된다, 위헌이다라는 헌법소송을 할 것입니다.
◇ 정관용> 어떤 의미에서 이건 위헌이죠? 위헌 소지가 있죠?
◆ 임자운> 일단은 지금 말씀드린 내용만으로도 알 권리, 표현의 자유 그다음에 이제 생명권, 건강권에 대한 굉장히 심각한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헌법,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명확한 법률에 따라서 제한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자체로서 이거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라는 주장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국가핵심기술에 관련된 정보라면 비공개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공개 요청받은 공공기관이 마음대로 판단하면 번번이 소송으로 가게끔 만드는 그런 문제도 있네요.
◆ 임자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게 애매하고 추상적 법조항을 두면 항상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 임자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올림 활동하시면서 그동안 산재 인정받은 경우들 꽤 있지 않습니까?
◆ 임자운> 그렇죠.
◇ 정관용> 그때 이제 삼성 측에서 정보공개청구 등등으로 작업환경보고서 같은 거 받아서 그 자료를 근거로 인정받았잖아요?
◆ 임자운> 맞습니다.
◇ 정관용> 그 자료들이 정말 우리 국가안전이나 경제발전에 큰 위해가 될 정도의 기밀자료인가요?
◆ 임자운>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이것은 공장에서 어떤 물질이 노출될 수 있느냐, 그다음에 얼마나 실제로 노출됐고 회사가 그런 유해요인 노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이었습니다. 그 자료들 중에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어떤 예민한 생산기술정보가 들어 있다.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 정관용>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가 정도의 자료였다?
◆ 임자운> 맞습니다.
◇ 정관용> 그 유해물질을 알면 반도체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이런 게 있나요? 일본이나 이런 데서 알면?
◆ 임자운> 그러니까 사실은 반도체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거고 사람의 생명, 건강을 같이 고려하면서 반도체 생산 기술도 발전해야 되는데. 그렇다면 유해성을 계속 따져가면서 물질을 취급할지, 어떻게 취급할지를 판단해야겠죠.
◇ 정관용> 그런데 그건 인간의 건강하고 경제발전하고 국가안보하고 다 엮여 있는 문제기는 하지만 뭐가 우선이 돼야 되는 거예요?
◆ 임자운> 기존의 원칙이고 헌법상의 원칙은 사람의 생명, 건강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 법률이 그 원칙을 침해할 위험이 너무 커서 저희는 다투려고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일단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임자운> 고맙습니다.
◇ 정관용> 반올림의 활동가 임자운 변호사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