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CES 2019' 당시의 알리바바 전시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시간) 개막했다.
한해 IT·전자업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CES에 세계의 눈이 쏠렸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바이두와 알리바바 등 중국 메이저 IT 업체들은 대거 불참했다.
공식 개막 전부터 각국의 업체들이 각종 신제품을 발표하는 가운데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서 노트북으로 확장되는 추세가 읽혔다.
◇ 알리바바·샤오미 불참…화웨이 전시 규모 축소 작년부터 CES에서 방을 빼는 중국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시 부스를 꾸리는 중국 기업들 가운데서도 규모를 축소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먼저 중국의 메이저 IT 업체로 불리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알리바바그룹이 올해는 CES에서 철수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전시 규모를 줄이긴 했지만, 미국 인텔과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협업을 공개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은 올해도 작년에 이어 정식으로 전시장을 차리지 않고 미국 지사 차원의 소규모 부스를 열었고, IT 업체 화웨이(華爲)도 전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이 밖에 스마트폰과 TV 등을 아우르는 IT 업체 샤오미(小米)도 작년에 이어 CES 불참을 택했다.
특히 거의 매년 CES의 기조연설 명단을 채우던 중국 업체가 2년 연속 자취를 감췄다.
앞서 2017∼2018년에는 리처드 위(余承東) 화웨이 최고경영자(CEO)가 2년째 연단에 오르면서 중국이 완전한 '주류'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2018년에는 바이두의 루치(陸奇)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기조연설에 나서 중국 업체에서 2명이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이 CES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데에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CES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CES는 신기술을 뽐내는 한편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장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미중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전시 참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다만, 중국 TCL 등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TV 업체를 중심으로 한 전시는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TCL은 CES 개막에 앞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기반으로 한 QLED(퀀텀닷 LCD) TV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고, 라스베이거스 메인로드에 대형 광고판이 걸리기도 했다.
◇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확장…스마트폰에서 노트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가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대의 막을 올리면서 올해 CES에서 접었다 펼치는 디스플레이가 대거 등장했다.
중국 TCL은 500달러대로 몸값을 낮춘 폴더블폰을 선보인다. TCL은 앞서 지난해 MWC 2019에서 자체 개발한 '드래곤 힌지' 기술을 적용한 폴더블폰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IT 전문매체 씨넷은 "TCL 폴더블폰의 힌지는 다른 폴더블폰보다 튼튼하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10만큼이나 디자인도 좋다"고 평가했다.
'폴더블' 열풍은 스마트폰에서 노트북, PC 등으로까지 확장했다.
세계 3대 PC업체인 델은 접히는 노트북인 '콘셉트 오리'와 '콘셉트 듀엣' 시제품을 선보였다.
콘셉트 오리는 13인치 접이식 태블릿으로, 90도로 접어 반은 스크린 키보드로 나머지는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다.
콘셉트 듀엣은 13.4인지 디스플레이가 2개인 듀얼 스크린 장치다. 힌지가 유연하며 두 화면으로 별도의 작업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 최대 PC 업체인 레노버도 폴더블 디스플레이 대세에 합류했다. 레노버는 이번 CES에서 13인치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노트북 '씽크패드X1 폴드'를 발표했다.
이 노트북은 기본적으로 태블릿PC와 비슷한 폼팩터를 갖췄다. 화면을 완전히 펼치면 태블릿PC처럼 쓸 수 있으며 화면을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물리적인 키보드가 없어 디스플레이 아래쪽의 키보드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별도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하면 일반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노트북을 반으로 접어 한쪽 화면에 키보드를 얹어 쓰거나, 완전히 펼쳐 노트북을 모니터처럼 쓸 수도 있다.
레노버는 이 제품을 올해 중반 2천499달러(약 291만원)에 출시할 예정이다.
레노버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 강인병 부사장은 앞으로도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TV보다는 스마트폰과 IT 제품(노트북·태블릿 등) 쪽으로 채택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