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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 야구 LG팬" 軍 세월호 가족 어디까지 사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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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혈질, 야구 LG팬" 軍 세월호 가족 어디까지 사찰했나

    軍,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0월12일까지 627건 사찰 보고서 작성
    "개인 블로그 글부터, 좋아하는 야구 구단까지 광범위 사찰"
    사참위, 청와대·국방부·기무사 소속 71명 검찰수사 요청키로

    사진=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직후 군(軍)이 유가족들의 통장 사본과 주민등록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무작위로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음주여부 등 유가족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중점적으로 수집하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기무사의 불법 사찰 자료를 공개했다.

    2014년 7월 8일 212부대가 세월호 TF에 보고한 자료에는 실종자의 아들 A씨의 구체적인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해당 자료에는 A씨의 네이버 닉네임부터, 학적, 학번, 거주지 등이 세세하게 담겼다. 이 뿐만 아니라 A씨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긍정적이지만, 다혈질, 옷을 잘 입음' 같은 자기소개 글부터 '대학 시절 HSK(한어수평고시) 등을 공부함', '중학교 때부터 엘지트윈스 팬이었음' 같은 내용까지 올라와 있다.

    사참위 관계자는 "A씨가 당시 SNS 등을 통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니 사찰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보고자료에는 A씨의 통장 사본과 주민등록증도 담겼다"고 전했다.

    군이 실종자 가족들의 경제적 성향과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한 사실도 밝혀졌다. 안산에 위치한 310부대가 2014년 4월 24일 기무사령부(기무사)에 보고한 자료에는 ‘안산시,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단 노동자로 반정부 성향이나, 보상금을 충분히 주는 방식으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고 적혀있다.

    기무사 측에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 5월 20일 세월호 TF 측에서 진도를 담당하는 610부대와 안산 310부대에 보낸 메일에는 '생일날 미역국 및 케익 요구', '병원 진료 시 번거롭다며 가족 출입증 발급 요구' 같이 유가족들의 '무리한' 요구상황을 종합해 보내 달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같은 지시를 받은 군 부대원들은 지휘부에 '유가족이 야간에 음주를 했다'는 내용, '구강청결제가 아니라 죽염을 요구했다'는 내용까지 보고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참사 직후부터 그해 10월12일까지 약 180일간 진도(610)·안산(310) 부대가 만든 유가족 사찰 정보 보고서는 사참위가 파악한 것만 627건에 이른다. 기무사는 다시 이런 정보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2014년 4월18일부터 9월3일까지 35차례에 걸쳐 대면보고했다.

    사참위는 '유가족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을 통한 세월호 정국 전환'을 목표로 이같은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참위는 청와대·국방부·기무사 소속 71명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 ▲박흥렬 전 경호실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및 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포함됐다.

    사참위 관계자는 "보고의 지속성과 청와대에서 기무사의 보고내용을 크게 호평했다는 관련자 진술 등에 비춰볼 때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도 가담·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참위의 발표를 들은 유가족들은 분노했다.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유가족을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조롱하고 탄압했다"며 "이는 명백한 국가폭력이고 중범죄"라고 규탄했다.

    정부자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서장도 "유가족들은 집에 있는 아이도 챙기지 못하고 떠나간 아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뛰어다녔다"며 "기무사나 청와대는 자식을 잃은 부모에 대한 배려도 없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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