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요청에 따라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인 신분인 유가족을 불법 사찰한 청와대와 군 관계자 70여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사참위는 이번 불법 사찰 안건을 논의하면서 적잖은 내부 진통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권남용' 혐의를 말단 실무자까지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위원간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참위는 지난 7일 제5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번 '세월호 유가족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수사요청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전원위는 지난해 말 제50차 회의에서 해당 안건 한 차례 다뤘지만 수사요청 범위를 두고 위원간 견해가 갈렸고, 재논의 끝에 의결했다.
사참위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 ▲박흥렬 전 경호실장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및 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기무사 지휘부 ▲예하부대원 등 총 71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2가지다. 사참위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를 이뤘다. 하지만 직권남용을 기무사 내 어느 선까지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는 위원간 논쟁이 벌어졌다.
회의 끝에 사참위는 기무사 지휘부부터 실무진까지 민간인 사찰 관계자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하고 실행한 모두를 처벌해야만 정부 권력의 무분별한 사찰이 재발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사참위 위원 대다수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사참위 위원은 기무사 말단 직원까지 직권남용을 적용하는데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123조는 직권남용죄를 '공무원(상급자)이 사람(하급자)의 일이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기무사 지휘부를 직권남용 가해자로 설정하면 중간급 간부와 실무자 등 부대원은 법리상 직권남용의 대상자가 되는 구조다.
유가족을 사찰한 기무사 실무 직원들은 직권남용의 대상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셈인데, 검찰 수사 이후 기소와 재판 과정까지 고려하면 법리를 보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첫 회의 때 나왔다고 한다.
사참위 조사팀은 기무사 실무자들에게도 직권남용을 적용하기 위해 사찰 피해자인 유가족의 권리(사생활 유지·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리를 폈다. 반대 위원을 설득하기 위해 국내외 직권남용 혐의 판례를 수집·분석하는 등 노력도 기울였다고 한다.
결국 법리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기무사 실무자들에게도 모두 직권남용을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요청했다. 향후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이 부분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훈 416세월호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민간인을 상대로 사찰을 자행한 국가권력과 가해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법적인 처벌을 해야 한다"면서도 "처벌 수위가 낮은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참담하다. 더 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