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자료사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부가 공판준비기일을 비공개한 결정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공판중심주의를 외치는 법원이 기본 전제인 재판 공개의 원칙을 특별한 명분 없이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전날(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과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사건에 대한 5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방청객 입장을 막기로 한 결정은 지난 8일 갑작스레 내려졌다. 공판준비기일은 앞으로 본안 재판의 집중적·효율적 진행을 위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도 없기 때문에 공판준비기일이 비공개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법원은 검사의 공소장에 기울어 있던 재판에서 벗어나 법정에서 나온 증거들을 토대로 심리해야한다는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공판중심주의는 일반 국민에게 재판 방청이 허용되는 재판공개가 전제가 돼야 가능하다.
이에 헌법상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가 명시돼 있을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266조의7에서는 특별히 '공판준비기일은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절차의 진행이 방해될 우려가 있는 때에만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단서조항을 붙이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사건에서는 성범죄나 군 관련 비리, 기업 비리 등 특별히 보호해야 할 피해자가 있거나 기밀이 있는 때에만 부득이 재판을 비공개한다"며 "그런 상황이 있더라도 재판 전체를 비공개하지 않고 문제가 될 증인신문 등 일부분만 비공개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피고인이나 증인의 재판 비공개 요청을 매우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지난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재판에 소환된 한 증인이 불안·공황장애 등을 사유로 비공개 증인신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과의 격리만 명하고 비공개 요청은 받아주지 않았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구속 피고인이 있는 상태에서 준비기일이 지연되고 있어 절차 진행에 대한 재판부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재판 비공개는 '편의상'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 그런 결정이 쉬워지면 법원이 후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부터 재판부와 마찰을 빚어온 검찰은 재판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판부가 바로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교수의 보석신청에 대해 전날 재판에서 별도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재판을 마치고 나온 정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장기간에 걸쳐 검찰의 압도적인 수사력에 의해 모든 증거가 확보됐고 기소도 마무리 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 신청의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22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