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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이 부른 '사모펀드 대란'…금융당국 책임없나?

금융/증시

    규제개혁이 부른 '사모펀드 대란'…금융당국 책임없나?

    2015년 이후 사모펀드 대대적 규제완화 기조 유지돼
    DLF 사태 계기로 뒤늦게 사모펀드 판매 규제 강화
    최소 투자액 5억원→1억원으로 낮추지만 않았어도
    "금융당국, 무분별한 규제완화 반성하고 사과해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수천억원의 원금손실을 본 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손실액이 1조원으로 추산되는 등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부실' 사모펀드 문제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을 뒤짚어보면 결국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는 외면한채 관련 산업육성을 앞세워 섣불리 규제완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은행서 고위험 상품 판매 '원천 차단'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그 수습책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놨다.

    사모펀드 등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상품'을, 보수적인 고객이 주로찾는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을 '3억원 이상'으로 상향한 것이 해당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특히,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을 기존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한 것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그만큼 위험감수능력을 충분히 갖춘 투자자가 자기책임 하에 투자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DLF 종합검사 결과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본 경험이 없는 고객들도 상당수 있었고, 은행들도 사모펀드 투자를 원하지 않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이 마치 일반 예금인 것처럼 속여 파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당초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던 라임펀드 조차 각 은행 창구에서 전체의 35%인 2조원 가량이 판매돼 DLF와 마찬가지로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관련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DLF나 라임펀드 사태 같이 은행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게 해당 대책의 핵심이다.

    ◇ 사모펀드 '모험자본' 역할…취지는 좋았지만

    DLF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무방비 상태였던 사모펀드 판매 관련 보완책들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이런 사태를 불러온 원인 자체가 금융당국의 섣부른 규제완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 투자액도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등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에도 소위 '10% 룰'로 불리는 의결권 제한과 지분보유 의무 규제를 폐지하는 등 사모펀드 관련 규제완화 기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유지됐다.

    외국계가 판치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국내 토종자본을 키우는 동시에 투자가 필요한 건실한 벤처기업 등을 육성하는 모험자본 역활을 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런 취지에 부합하기는 커녕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를 틈타 DLF와 라임펀드 처럼 각종 불법과 편법이 판치고 그 후폭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규제개혁으로 금융소비자 독극물 마신셈"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최소 투자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지만 않았어도 은행에서 사모펀드를 팔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DLF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처럼 DLF 전체 개인 투자자 3021명 가운데 5억원 이상 투자자 수는 229명으로 전체의 7.6%에 불과하다. 또, 새 규제 기준인 3억 이상 투자자로 범위를 넓혀도 전체의 16.7%수준이다.

    여기다 개인 투자자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전문 투자자 수는 17명에 불과했다. 투자액도 일반 투자자 6480억원, 전문 투자자 84억원으로 일반 투자자의 투자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국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만 1억원 이상으로 낮추지 않았어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DLF에 가입해 피해를 볼 일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아직 정확한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라임펀드도 마찬가지로 2조원 가량이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DLF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는 "DLF와 라임펀드 사태를 통해서 규제개혁이 개혁이 아니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독극물을 마시게 되는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개혁으로 포장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개혁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규제완화의 바람을 타고 면밀한 검토 없이 필요한 규제까지 무분별하게 풀어준 측면이 있고 이에 대해 금융당국도 반성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완화의 허점을 파고든 금융권의 비윤리적인 행태가 가장 큰 문제지만 동시에 금융소비자 역시 규제완화로 그만큼 투자책임이 커진다는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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