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예방하기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현직 부장판사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정권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의 인사발령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일 추 장관은 '조국일가 비리사건',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중단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급 검사들을 비(非)수사 부서로 사실상 좌천시키는 인사안을 발표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며 추 장관이 단행한 인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떤 시점에서 그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의해 반드시 준수해야할 법적인 규범이 존재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정부의 이번 검찰 인사 발표를 옹호하는 국민들을 향해서는 "18세기 프랑스혁명의 계몽주의 사상에 입각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좀 더 깨어난 시민의식을 발휘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한 개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신적인 사고방식은 시민의식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1심에서 무죄가 나자, 다음날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의 판결'이라며 법원 내부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글을 직권으로 삭제한 뒤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