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배포하고 공공·민간 부문의 직무급제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부, 직무급 개편 매뉴얼 발간…직무급제 확산사업도 확대키로
고용노동부는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산업현장을 돕기 위한 설명자료인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제작, 배포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자료에는 △임금구성 단순화 △다양한 유형의 임금체계 개편 방법·사례 △직무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평가 방법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도구 활용방법 등이 수록됐다.
또 실무자를 위한 상세본과 관리자를 돕기 위한 요약본으로 나뉘어 제공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직무 중심 임금체계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 지원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업종별 직무평가도구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연계해 직무 관련 정보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또 기존의 임금·평가체계 개선 컨설팅을 확대하고, 올해 안에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사업을 통해 직무평가도구가 개발된 8개 업종(보건의료·호텔·철강·금융·공공·사회복지서비스·IT·제약) 중 직무관리체계 도입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문 컨설팅을 지원한다.
아울러 임금직무정보시스템(wage.go.kr)을 개선해 기업규모·산업 및 직종·경력 등에 따른 다양한 시장임금 정보를 분석·제공할 예정이다.
◇정부, 직무급 도입 박차 가하지만…"임금 하향평준화 불러" 반발하는 노동계 설득할까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세에 따르면 호봉급 임금체계 사업장은 2017년 60.3%, 2018년 59.5%, 지난해 58.7%로 꾸준히 감소해왔지만, 여전히 과반을 점하고 있다.
연 3% 미만인 저성장 속에 인구구조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과거 고도성장기 시절 굳어진 호봉제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호봉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기업 부담이 늘면서 청년 채용 여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중·고령자에게도 조기퇴직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입직형태·근속기간 등을 강조할수록 비정규직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확대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이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를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직무급제 전환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호봉급제를 개편한다는 구실로 상당수 기업·공공기관들이 사실상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추진한 바람에 노동계로부터 '박근혜표 성과연봉제의 2탄'이라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직무급제 전환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노동부 임서정 차관도 "회사의 일방적 추진으로 노사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거나, 심지어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며 "노사 대화를 통해 추진해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유·불리만 주장해 협의가 난항을 겪거나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원회가 임금(보수)체계 개편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올해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지원대상을 2배 이상 늘리기로 한만큼 개편 작업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임 차관은 "기업의 임금체계는 정부나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 노동자들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임금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