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귀국한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술한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기능올림픽 성적 하락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양복과 제화 종목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 종합 6위에 올랐다. 그 뒤 매 2년마다 펼쳐지는 기능올림픽에 빠짐없이 출전해 결국 1977년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23회 올림픽에서 금메달 23개를 따내며 드디어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기술인들의 우승행진은 1991년까지 이어졌다. 1993년 대회와 2005년 대회 때 주최국 등에게 잠시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나머지 대회에서는 2015년까지 우승을 도맡아 통산 19회 종합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20회 통산 우승을 목전에 두고 최근 한국팀의 성적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UAE 아부다비 대회에서 2위로 밀려난 뒤 지난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1977년 첫 우승 이후 처음으로 '3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1년부터 출전하기 시작한 중국의 성장세에 밀린 탓이다. 최근 두 대회에서 중국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종합성적과 함께 금메달 숫자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1977년 대회 이후 한국은 줄곧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왔지만 지난 2017년 8개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급기야 6개로 줄었다.
더욱 큰 문제는 금메달을 따내는 종목도 철골, 목공 등 '올드스킬'로 불리는 분야로 좁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기능올림픽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한국이 부진한 것은 중국이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기술을 중시하지 않는 한국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젊은이들이 특성화고의 기능반을 가려고 하지도 않고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해도 예전만큼 치열하지 않다"며 "국가대표팀을 꾸려도 이전처럼 '하드트레이닝'도 안되고 정부 지원도 제자리 걸음"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지원 조직에 200명 이상이 근무하고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억대의 포상금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은 불과 5명에 6,700여만원의 포상금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특히 "국제기능올림픽 종목이 현재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분야 위주"임에도 한국이 최근 금메달을 획득하는 분야는 "전기전자나 기계 종목 보다는 '올드스킬' 종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인 미국 CES를 참관하고 돌아온 특성화 고교생들은 기술 한국의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구미전자공고 3학년 정원용 군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CES에 전시된 혁신제품과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에는 격차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만약 내가 CES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 대신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군은 "CES에 전시된 로봇팔을 인상깊게 봤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심화한다면 흉내는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정 군은 지난 2018년 국제로봇올림피아드 세계대회에서 '에너지세이빙' 분야에서 금상을 차지한 바 있다.
정 군은 그러면서 "기술적인 혁신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관생인 전북기계공고 2학년 전민건 군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과 CES에서 본 기술에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상호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군은 "CES에 참여한 한국 기업이 생각보다 많아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립공고 학생 가운데 로봇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CES 참관단을 선발해 차세대 기술 개발과 전수에 힘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