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공판검사의 역할 변화가 주목된다.
기존에는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다그치고 구속영장을 받아내던 검사들이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공개된 법정에서 '유죄'를 끌어낼 수 있는 공판검사의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도 사법경찰관 등이 작성한 조서와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약화됐다.
기존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사가 작성한 조서에 대해서만 피의자가 추후 재판 단계에서 당시 진술을 부인하더라도 합당한 증거로 인정해왔다. 유독 검사가 받은 진술조서는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검찰 조사실에서 피의자가 자백을 했더라도 재판에 나와 해당 진술을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기존에 공판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자신이 말한 대로 작성됐고, 직접 날인한 것이 맞냐"고만 물으면 적법한 증거가 됐지만 앞으로 검찰은 이같은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검찰의 수사 관행은 물론이고 그간 요직(要職)이 아닌 한직(閑職)으로 취급됐던 공판검사의 역할에도 큰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검찰은 조직 구성 자체가 거물급 피의자 등을 소환하거나 압수수색하고 구속시키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기소 이후 재판 단계에서의 공소유지는 등한시 됐다.
이에 공판부에는 신임 검사들이 주로 배치되고 이들마저도 잦은 인사로 계속 변경되면서 법정에서 검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국정원 댓글사건'의 위증 혐의로 기소됐던 직원 김모씨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도 일례로 들 수 있다. 김씨에게 위증을 시킨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파견검사 등이 이미 대법원에서 위증교사로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실제 위증을 한 김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공판을 너무 방치해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판검사가 한 번에 수많은 사건들의 공소 유지를 도맡으면서 황당한 실수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4년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에서는 1심 재판부가 비상식적인 사유로 피고인의 혐의 일부를 '공소기각'했는데도, 검사가 이 부분을 지나치고 '양형부당'으로만 통상적인 항소를 진행하면서 염전주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법상 '징역형' 밖에 없는 직무유기죄에 대해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검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벌금형이 확정된 사례도 있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권력자를 수사하고 구속까지 했다가 공판에서는 심심한 대응을 해 무죄나 벌금형·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 중 피의자 신문조서 관련 내용은 현장에서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4년 안에 시행되도록 넉넉한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 '사법농단' 사건 등에서 검찰은 수사검사들을 대거 공판 현장에 투입한 바 있어 이미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판검사의 역량과 전문성, 책임이 강화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수사검사의 공판 참여를 늘리는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