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4월 30일 국립극장 개막공연 연극 '원술랑' (사진=국립극장 제공)
1950년 4월 29일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 자리에 창설된 국립극장은 하루 뒤인 30일 연극 '원술랑'으로 개관을 알렸다.
하지만 국립극장은 두 달 뒤 벌어진 한국전쟁과 질곡의 현대사 등 세월의 풍파 속에 1952년 대구(문화극장), 1957년 서울(구 명동예술극장)로 이동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1973년 현재의 장충동에 자리를 잡는다.
이후 시대적 어려움 속에서도 문화 예술의 중요성을 잃지 않고 버텨오며 위상을 높인 국립극장은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아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도약에 나선다.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사업 발표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국립극장 제공)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사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국립극장은 국립예술단체들과 함께 기념식과 기념공연, 학술행사, 사진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립극장 70년, 국립극장 미래 100'년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오는 3월 26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시조 칸타타' 공연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7개 국립예술단체가 참여하는 70주년 기념공연은 3월부터 6월까지 국립극장·명동예술극장·세종문화회관·롯데콘서트홀 등 서울의 주요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기념공연을 위해 국립극장 전속단체(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와 국립예술단체(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이 모두 뭉쳤는데, 이처럼 많은 국립예술단체가 모여 기념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박형식)은 코믹 오페라 '빨간 바지'(작곡 나실인·극본 윤미현)를 3월 27~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이 작품은 1970~8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을 소재로 빈부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창작 오페라다. 이어 5월 22~23일에는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은 창작 오페라 작품 중 원효, 순교자, 천생연분, 처용 등 그간 좋은 평가를 받은 네 작품을 선정해 관객들에 선보인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4월 16일부터 5월 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선'(극본 천승세·연출 심재찬)을 선보인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공모에서 당선돼 같은해 7월 초연된 작품은 섬마을에서 살아가는 곰치 일가를 통해 당대 서민들의 모습을 그렸다. 국립극단에 몸담았던 배우 오영수·김재건을 비롯해 김명수·정경순·김명기·김예림·이상홍·송석근 등이 출연하며 세대를 초월해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과 국립합창단(예술감독 윤의중)은 오랜 시간 관객에게 사랑 받아온 레퍼토리를 엄선해 만든 '베스트 컬렉션'로 관객을 맞는다.
우선 국립발레단은 2015년도부터 단원들의 안무 능력을 발굴하고 자체 레퍼토리를 확보하고자 기획 공연을 하고 있는 시리즈 중 베스트 작품을 엄선했다.
클래식, 네오 클래식, 모던 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국립합창단은 한국 가곡, 민요, 오페라 합창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무대를 꾸미며 그리운 금강산, 뱃노래 등의 옛 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편곡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은 5월 8~9일, 국립합창단은 5월 15~16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각각 공연한다.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수정)은 5월 14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춘향'(극본·연출 김명곤, 작창 유수정, 작곡 김성국)을 새롭게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은 신작 '산조'(안무 최진욱·연출 정구호)를 4월 18일~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한다.
우리의 전통 기악양식 '산조'를 바탕으로 한국 춤과 현대적 미장센의 조화를 그려낼 예정으로 장단 소리를 바탕으로 한 춤사위를 통해 장단의 소리를 몸으로 드러내는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성진)은 3월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영조 작곡의 '시조 칸타타'를 위촉 초연하고 6월 17일 같은 장소에서 국립극장 창설 및 6.25 전쟁 70주년을 기념하여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2020 겨레의 노래뎐'을 공연한다.
이 밖에 세계 공연예술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해외초청작도 관객을 만난다. 2018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초연으로 화제를 모은 '플레이어스', '마오Ⅱ', '이름들'은 6월 5~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미국 작가 돈 드릴로의 소설 세 편을 무대화한 내용으로 공연시간만 9시간에 이르는 대작이다.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의 창설기념일인 4월 29일에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앞 광장에서 기념식이 진행되며,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 야외 사진전'은 이날부터 5월 16일까지 펼쳐진다.
또 기념식 하루 전날인 28일에는 국립극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학술행사'를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개최한다.
이번 학술행사에서는 '역동하는 아시아, 국립극장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국립극장의 의미와 위상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국립극장 김철호 극장장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김철호 극장장은 "올해 창설 70돌을 맞이해서 국립 예술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100돌을 조망해보는 소중하고 뜻 깊은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것"이라면서 "준비된 행사 하나하나가 공연예술계 자부심을 담은 아름답고 큰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