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 과 은퇴대국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바둑 입단대회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악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됨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을 염두에 둔 발빠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제145회 입단대회(일반)를 주관하는 한국기원 관계자는 15일 CBS노컷뉴스에 "(재발 방지 차원에서) 강제성을 띤 전자기기 일괄 반입 금지를 위한 금속탐지기 도입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기원은 전날 관련 입장문을 통해 "입단대회에서 AI 프로그램 도움을 받은 부정행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본선 64강 두 번째 경기에서 A선수와 B선수 대국 중 심판은 A선수가 전자장비를 소지한 것을 발견했다. A선수는 부정행위를 인정했고 해당경기를 포함한 남은 경기를 실격 처리당했다.
A선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채팅으로 알게 된 외부인 주선으로 카메라를 이용해 바둑 AI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다음 수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부정행위는 대회 당시 붕대를 감은 귀 안에 이어폰을 꽂고 외투 단추에 카메라를 설치한 채로 옷 안에 수신기를 감추는 식으로 이뤄졌다.
한국기원은 입장문에서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서 경기 전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 반입·소지를 금지하기 때문에 일괄 수거해 귀가 시 수령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며 "대국 중 전자기기가 발견되면 몰수패 처리 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자발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선의의 피해를 당한 대회 참가자와 관계자, 바둑팬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미숙한 운영으로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은 점도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15일 A선수를 다시 불러 진술서를 받고 피해자 의견을 듣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사법기관 수사 의뢰 등을 포함한 수습 방안도 마련 중이다.
A선수는 진술서를 통해 주선자와의 연락 두절, 프로그램 접속 실패로 인해 입단대회 예선에서는 인공지능 사용에 실패했고 본선 1회전부터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기존에도 대회장에 (전자기기 반입 금지 문구를) 써 붙여놓고 자발적으로 수거해 왔는데, 자발성에만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담당 부서 회의를 통해 공항에서 사용하는 금속탐지기 도입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