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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당시 특별활동비(특활비)의 일부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가정보원(국정원) 간부들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16일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의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 그대로 징역 1년 6개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이들의 대북 공작 자금 사용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본 1심 재판부의 판결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측에선 이 사건의 수익금(대북 공작금)이 국고에 해당하는지, 또 그 당시 수익금처리지침의 대상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항소했다"며 "1심 판단처럼 저희도 (이 자금이) 가장체 수익금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판시했다. 가장체(가장사업체)란 국정원 직원들이 신분을 숨기기 위해 해외에서 운영한 위장회사를 뜻한다.
이어 "저희들의 결론은 수익금이 (국고로) 반납된 적 없다는 것"이라며 "가장체 수익금을 사업에 직접 사용한 것이 관련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고, 관련절차와 내부절차를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국장이 국정원의 '직무범위 내'에 있는 정당한 사업이라는 점에 대해 1심이 판단하지 않았다고 항소한 데 대해 "설령 1심이 (해당부분을) 판단하지 않았다 해도 그 전에 국고금관리법 규정 등에 위배돼 사용된 이상 횡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추가적으로 세밀히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의 업무가 국정원의 고유 업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관련 상고심에서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국정원장은 회계관리 직원에 해당한다'고 본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원심을 파기했다. 당시 대법원은 국정원장이 회계관리 직원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박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혐의 당사자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돼야 '유죄'로 인정된다. 앞서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의 자금 사용을 '국고 손실'로 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1심은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에 판단되지 않는 걸로 봤지만 최근 대법원 결론에 비춰 1심은 파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1심이 적절히 판단했듯 피고인들의 양형은 기본적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고에 납입돼야 할 가장체 수익금을 정당한 업무라 보기 어려운 사업에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행위라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 밑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음해하기 위한 풍문성 비위정보를 수집·생산하는 비밀 프로젝트에 대북공작금 약 10억원을 사용한 혐의로 지난 2018년 구속기소됐다. 해당 프로젝트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관련 비리첩보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각각 '데이비슨 프로젝트', '연어 프로젝트' 등으로 불렸다.
또 이들은 지난 2012년 서울 시내 한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원 전 원장의 사적 용도로 1년간 임차하는 데 28억여원의 공작금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