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서 바라본 수도권 아파트 (사진=이한형 기자)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 전세 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16일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과 주택금융공사는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후속조치로 전세대출 관련 규제를 내놨다. 이번 조치에 따라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경우 SGI서울보증에서도 전세대출보증이 제한된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나 HUG, SGI서울보증 이 세 곳 가운데 한 곳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11일부터 주택금융공사·HUG 등 공적 기관에서는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보증을 제한했다.
민간 기관인 SGI서울보증의 사적보증까지 제한하면서 9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전세대출이 금지되는 셈이다.
공적보증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하다보니 SGI서울보증을 통한 전세대출을 이용한 투기 수요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마저 막은 것이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을 받은 후에 고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다주택자로 전환될 경우에는 예외없이 전세대출을 회수한다.
기존에는 금융회사가 전세대출을 받은 차주의 주택 보유 수가 2주택 이상인 것을 확인하면 대출 보증 만기 연장만 제한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세대출을 받고 나서 시가 9억 원 초과의 주택을 사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한 것이 확인되면 대출 자체를 회수하기로 했다.
'고가주택'의 판단 기준은 KB(국민은행)시세 또는 한국감정원 시세 중 높은 가격을 적용해 시가 9억원 초과시 고가주택으로 판단한다.
시가 9억원 초과 여부의 판단시점은 전세대출 신규 신청 또는 만기 연장 시에는 대출신청일(연장일)의 시세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회수 규제 적용 시에는 주택 취득일(등기이전 완료일)의 시세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주택 매매계약만 체결됐거나 분양권·입주권 상태라면 실제 주택취득 전(등기이전)까지 주택매입이나 보유로 보지 않는다
◇부동산 전문가들 "시장 위축" ..." 분양권·입주권, 비수도권 몰릴수도"
(사진=박종민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을 제한함에 따라 갭투자를 통한 투자가 줄면서 부동산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전세대출 자금을 이용한 갭투자가 여전했는데 고가 주택의 수요가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문위원은 "전세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고가 주택 매매 시장은 다소 위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대출규제를 매우 강화했다"며 "서울보증 같은 경우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제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서울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았던 건데 이 길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부장은 "이제는 전셋집이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건 상당히 어렵게 됐고, 전문직이나 고소득직군 종사자들이 본인 신용대출로 갭(주택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을 메우지 않는 이상 갭투자는 어렵게 됐다"고 평했다.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비수도권이나 주택으로 포함되지 않는 분양권·입주권 매매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유와 거주를 분리하는 형태의 투자 패턴은 이제 쉽지 않다"며 "대신 주택 수에 분양권· 입주권은 빠지기 때문에 분양권·입주권을 매입한 다주택자의 경우 규제의 틈새를 이용해 사실상 제테크 용인해주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비수도권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함 랩장은 "상대적으로 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주택이라든지, 교통 호재등 정비사업 등의 요인으로 움직이는 비규제 지역은 풍선효과나 키맞추기로 오름세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