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다연이 16일 꿈나무 후원금 전달식에서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함께 호주오픈 주니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사진=NH농협은행)
한국 테니스 여자 단식 유망주 백다연(18·중앙여고)에게는 재미있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른바 삼행시처럼 자신의 이름 및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관련한 것인데 '백번 다 연결한다'는 표현이다.
한 테니스계 관계자는 "백다연은 끈질긴 수비로 상대의 모든 공을 다 받아넘긴다"면서 "아무리 공격을 해도 좀비처럼 죽지 않고 일어나기 때문에 상대가 지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 및 관계자 사이에서 '백번 다 연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백다연은 중학생이던 2017년 국내 최고 권위 주니어 대회인 장호배에서 고교생 언니들을 꺾고 정상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까지 대회 3연패를 달성했는데 여자부 3연패는 홍다정 이후 16년 만이다. 장호배는 남자 단식 간판 정현(제네시스 후원), 권순우(CJ 후원) 등을 배출한 스타 산실이다.
지난해 백다연은 첫 성인 대회인 국제테니스연맹(ITF) 영월국제여자테니스투어에서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성인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한국선수권대회에서도 4강에 올랐다.
그런 백다연은 오는 20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 주니어 본선에 도전한다. 세계 주니어 랭킹 31위인 백다연은 목표를 높게 잡았다. 백다연은 16일 NH농협은행의 테니스 꿈나무 후원금 전달식에서 "일단 4강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백다연의 장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단단한 수비다.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박용국 NH스포츠단 단장은 "지난해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고교생이 준우승을 했다"면서 "빠른 다리와 체력, 좋은 눈을 갖고 있고 특히 수비가 상당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2019 ITF Gemdale 서귀포 아시아/오세아니아 국제주니어테니스투어대회 여자 단식 결승 당시 백다연의 경기 모습.(사진=대한테니스협회)
우상 역시 자신처럼 168cm 다소 작은 키에도 세계 정상을 달리는 지난해 윔블던 우승자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백다연은 "백번 다 연결해서 백다연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할렙은 작은 키에도 빠른 발과 멘탈, 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데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적잖다. 특히 공격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최근 테니스 흐름에 맞춰야 한다. 백다연은 "주니어와 시니어 무대는 힘부터 다르다"면서 "뒤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발리 등 네트 플레이와 공격 기술도 보완해서 시니어 무대 때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시니어에서도 세계 30위 안에 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백다연은 향후 든든한 후원 속에 세계 무대로 도전할 발판을 얻었다. NH농협은행은 백다연이 1년 동안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도록 3000만 원의 후원금을 전했다. 글로벌 스포츠 메이커 휠라도 의류 등 용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백다연은 NH농협은행 로고가 달린 휠라 유니폼을 입는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본사 신관에서 열린 후원식에서 "한국 스포츠에서 조금 소외된 여자 테니스를 집중 지원해왔다"면서 "47년 팀 역사 속에 이제는 90살을 바라보는 선배부터 고교 선수까지 전통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은혜, 정보영에 이어 백다연까지 농협 가족이 됐는데 앞으로도 특히 여자 테니스에서 유망주가 발굴되면 계속해서 후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여자 테니스 유망주에서 간판으로 도약을 노리는 백다연. 과연 시니어 무대에서도 백번 다 연결하는 끈질긴 승부 근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