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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與野, 총선 앞두고 입단속 주의보

    이해찬, 잇딴 비하 발언…"무의식적으로 한 말"
    "품격 있는 정치 언어 쓰겠다"던 민주…李 실언에 '무안'
    민주당 막말 트라우마…정동영 노인폄하 발언, 김용민 여성비하 발언
    한국당, 李 비판하며 "삐뚤어진 마음 가진 사람은 장애인" 비하
    "벙어리", "병X" 등 막말 릴레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막말 폭탄이 차질없이 진행되던 총선 준비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14일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해 장애인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1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대표의 인권 감수성 결여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번, 자주한 건 아니다. 지난 번에도 무의식적으로 했다가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더 말씀을 안 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실언을 놓고 정치권과 시민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인권감수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서는 등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전에도 본인의 딸을 두고 "우리 딸도 경력단절 기간이 있었는데 열심히 뭘 안 한다"고 해 물의를 빚었다. 또 "한국 사람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하거나 "정치권에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고 하는 등 비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력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신년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 총선서 막말 검증한다던 민주…정동영은 사퇴까지

    민주당의 발빠른 대처는 선거를 앞두고 터진 관계자들의 실언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많은 데 대한 반면교사다.

    2004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20일 앞두고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며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라고 해 결국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에서 물러났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한나라당에 역풍이 분 상황에서 정 전 의장의 실언으로 우리당 지지율은 46.8%에서 42.4%로 떨어졌다(한국갤럽 기준).

    2012년 총선에선 김용민 전 민주통합당 후보의 도 넘은 여성·노인 비하 발언으로 결국 낙선했고, 당에선 "김용민 논란으로 중부권, 특히 충청과 강원 지역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총선 패배를 김 전 후보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를 교훈 삼아 이번 총선에선 일찌감치 청년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재 영입과 혐오 발언 이력 등을 검증키로 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11월 각종 사회적 현안을 두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를 구사하는지,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의식을 갖췄는지 여부를 후보 검증의 중요 잣대로 삼기로 했다.

    이 대표의 실언은 TF 검증을 통과한 총선 후보들에게 △품격 있는 정치언어 구사법 △성인지 감수성과 성평등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적 소수자 배려 등을 골자로 한 인권 심화 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당의 방침에 배치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실언이 또 터진 만큼 민주당에 오히려 더 감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온갖 좋은 소리를 해 놓고 정작 자기가 그렇지 않았던 경우처럼 위선적으로 산 사람은 실수를 하면 더 질타당한다"며 "민주당이 약자를 위하는 정책을 폈다면 인권을 중시하는 지지자들에겐 충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과 관련해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이 대표를 마땅히 단속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만큼 민주당은 총선 내내 이 대표의 '설화(舌禍)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혐오의 늪에 빠진 정치권

    자유한국당도 정치권의 막말 풍조에 일조해 왔다.

    당장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뼛속까지 장애인 비하가 몸에 밴 것이다. 아무리 인재영입을 한들 무슨 소용이냐"며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고 했다.

    공당의 대표와 대변인은 정치적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지만, 박 대변인의 논평도 장애인을 향한 멸시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앞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 버렸다"고 했고, 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법사위원장은 "웃기고 앉아있네, 병X 같은 게"라고 해 인권위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인권 의식 재고 교육은 별개로 하더라도 사회에 다양한 계층이 있는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인들 스스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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