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20년 1월 17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선영,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 정관용> 금요일 저녁 우리 대중문화계의 이슈를 짚어보는 백투더컬쳐 시간.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 위근우 두 분 어서 오세요.
◆ 김선영> 안녕하세요.
◆ 위근우>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 SBS 드라마의 스토브리그. 요새 장안의 화제라면서요.
◆ 위근우> 그렇죠. 굉장히 화제인데. 말씀을 드리자면 우선은 시청률도 현재 15.5% 정도 나오고 있는데 이게 이 자체도 높은 스코어긴 하지만 이게 처음 시작할 때는 막 기대작이 아니었어요, 기대작이 아니었고.
◆ 김선영> 저평가하는 드라마였죠.
◆ 위근우> 4%대에서 시작을 했는데 정말 이제 입소문만으로, 입소문만으로 꾸준히 이게 시청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지금 더 상승해 가고 있는 추세죠.
◇ 정관용> 요새는 15~16%면 되게 높은 거예요?
◆ 김선영> 엄청난 거죠.
◆ 위근우> 종편, 케이블이 들어온 시대에서는 사실은 10% 이상이면 굉장히 선방한 건데.
◇ 정관용> 옛날에는 50~60% 나왔는데 요새 그런 건 없죠? 그러면?
◆ 위근우> 지금은 주말극 30%가 거의 이제 최대선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제 시청률도 시청률인데 말하자면 팬덤의 열광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거의 신드롬에 가깝게 벌어지고 있는 거죠. 정말로 계속해서 다음 회차가 너무 기다려진다거나.
◇ 정관용> 동백꽃이 한창 막 신드롬을 일으켰었는데
◆ 위근우> 맞습니다.
◆ 김선영>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였죠. 그러니까 동백꽃 같은 경우 시청률이 높다고 다 화제성이 높은 게 아닌데 시청률도 좋았고 화제성도 좋았고 또 작품성도 호평을 받은 케이스인데 스토브리그도 오랜만에 그런 같은 동백꽃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 정관용> 동백꽃은 KBS였나요?
◆ 위근우> 맞습니다.
◇ 정관용> 이번에는 SBS.
◆ 김선영> 그렇죠.
◇ 정관용> 그동안 종편 쪽 드라마가 화제몰이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다시 지상파의 드라마들이 인기를 끄네요.
◆ 위근우> 2019년부터는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의 tvN과 JTBC 이 두 쪽 채널이 거의 양대로 작용을 했었는데.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선영> 드라마 왕국으로.
◆ 위근우>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했었는데.
◇ 정관용> 응팔 이런 게 다 tvN이었죠?
◆ 위근우> 맞습니다.
◆ 김선영> 그렇습니다.
◇ 정관용>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JTBC.
◆ 김선영> JTBC였고요. 그래서 그 두 채널에서 확실히 드라마의 트렌드를 선도해 가는 흐름이 있었는데 지난해 동백꽃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현재 SBS 월화드라마의 낭만닥터라는 의학드라마도 시청률이 굉장히 잘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성공 사례들을 들어서 지상파 드라마가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 정관용> 그 얘기는 뒤에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어쨌든 스토브리그 이 용어를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이게 야구 드라마라면서요.
◆ 김선영> 야구 용어죠.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 정관용> 스토브리그가 무슨 뜻이에요?
◆ 위근우> 야구 시즌이 끝난 이후에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팀을 강화하는. 어떤 면에서는 실제 경기는 없지만 실제 경기가 벌어지는 그 리그만큼이나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런 기간을 스토브리그라고 하는데, 스토브리그 기간을 다룬 드라마이기도 하고 또 이제 아마도 노린 편성이었겠지만 현재 실제로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기간에 맞춰서..
◇ 정관용> 딱 맞네요.
◆ 위근우> 지금 딱 맞게 지금 방영 중입니다.
◇ 정관용> 어느 선수가 어느 팀으로 가고 이런 거죠, 트레이드하고 막 이런 거.
◆ 김선영> 한창 지금 선수들 연봉협상이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 현실과 겹치는 장면들이 많아서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영화로 치면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 위근우> 머니볼.
◇ 정관용> 머니볼. 저는 참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 위근우> 그러면 아마 이 드라마를 보시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코드인 거죠, 이 드라마가.
◆ 김선영> 맞습니다.
◆ 위근우> 기본적으로는 그런 코드라고 말할 수 있죠. 말하자면 거기서도 선수들이 하는 이야기뿐 아니라 단장이 어떻게 팀의 철학을 바꿔나가는 이야기이고, 이 스토브리그도 크게는 다 그 이야기 안에 있습니다.
◇ 정관용> 브래드 피트식의 역할을 누가 해요?
◆ 김선영> 백승수라는 젊은 단장이 있는데요. 이걸 배우 남궁민 씨가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 우리가 드라마가 방영 전에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가장 높이는 요인이 제일 첫 번째 요인이 아무래도 스타 파워잖아요. 그런 스타 파워라는 측면에서 남궁민 씨 자체가 굉장히 좋은 작품들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과소평가된 배우 중의 1명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배우가 굉장히 작품 보는 눈이 좋고 이번에도 역시나 그 눈을 다시 한 번 증명을 하면서 드라마에 더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할까요? 이분의 연기가 굉장히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스토브리그의 그쪽 자체 홍보를 보니까 1 야구드라마다. 2 야구드라마 같은 오피스 드라마다. 3 오피스물 같은 전쟁 드라마다. 4 전쟁물 같은 휴먼 성장 드라마다. 이게 무슨 말이에요?
◆ 위근우> 사실 이제 메인 문구가, 이것은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메인 문구예요. 포스터를 보면 그렇게 돼 있는데 정말로 사실 보고 있으면 이것은, 드라마 미생이 있잖아요. 드라마 미생이라는 것이 사실은 오피스 드라마이면서 결국은 장그래에 대한 성장서사이기도 했던 것처럼 이 스토브리그 역시 야구계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 야구계를 움직이는 거기에서는 구단이나 구단 프론트나 모든 것들이 굉장한 조직인 거잖아요.
◇ 정관용> 조직, 오피스 드라마.
◆ 위근우> 오피스 드라마고 사실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어떤 신념의 대결, 철학의 대결이라는 것들이 있는 거잖아요.
◇ 정관용> 대결은 즉 전쟁이고.
◆ 위근우> 그렇죠. 그리고 결국 거기서 어쨌든 물론 실제 삶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항상 우리가 어떤 철학의 대결이라는 것에 있어서 더 옳은 것 좀 더 합리적인 것에 승리를 바라게 되잖아요. 어떤 그런 휴먼드라마라는 것까지 사실은 모두 다 실제로 충족시키고 있는 드라마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선영> 이런 조직 사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되게 재미있는 것 중에 하나가 그 조직이 굴러가는 룰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굉장히 비합리적인 경우가 있고 되게 또 폐쇄적인 문화가 그 안에서 있고. 어떤 서열과 그런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데 미생 같은 경우에도 거기에서 굉장히 이단적인 존재 하나가 들어와서 그 조직사회의 어떤 문제점을 이 사람의 눈을 통해서 우리가 시청자들이 깨닫게 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 스토브리그에서도 백승수라는 단장은 사실 야구인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는 한데 여태까지 거쳐온 팀이 씨름, 또 뭐가 있었죠?
◆ 위근우> 아이스하키. 그러니까 한국의 비인기 종목들에서만 그런 걸 해 왔었던 사람이었고 정말로 이렇게 엄청난 돈이 오가는.
◇ 정관용> 야구는 처음인데?
◆ 위근우> 큰, 그러니까 야구라는 종목도 처음이고 프로야구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돈이 오가는 그런 시장인데 거기서 맡게 된 거죠.
◆ 김선영> 그러니까 되게 외부인이 들어왔기 때문에 오히려 아웃사이더의 시선에서 그 조직사회에 쌓인 어떤 적폐라든지 부조리한 그런 문제점들을 시원하게 격파해 가는 그런 재미가 이 드라마에 있는 거죠.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스틸컷
◇ 정관용> 러브라인도 나와요?
◆ 위근우> 없습니다.
◇ 정관용> 없어요? 러브라인 없이 이렇게 또 인기를 끌 수 있나요?
◆ 위근우> 그런데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정말로 반문을 하고 싶은 게 드라마 미생 때 러브라인이라는 것은 사실 되게 불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하는 거 저는 한 번 방증이 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그때 미생 같은 경우 어떤 이야기가 또 있었냐면 원작에서도 러브라인이 없었는데 이것을 드라마화할 때 계속해서 러브라인을 요구해서 결국에는 그래서 케이블로 가게 됐었다라는 이야기가 정설로 있는데.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굉장히 훌륭한 오피스 드라마가 됐었던 거잖아요, 미생이. 저는 스토브리그도 그렇지만 스토브리그에서도 그런 거 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좀 너무 한국 드라마가 관성적으로. 예전부터 그런 얘기 있었잖아요. 한국에서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한국 법정물은 법정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 그 한계라는 부분을 벗어나는 거에 있어서 분명히 어떤 사례들이 있었는데 여전히 그 통념에 지배됐었던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 김선영> 그래서 요즘 스토브리그의 성공 사례를 두고 드라마의 흥행을 좌우하는 또 하나 굉장히 중요하게 대두되는 포인트가 그 드라마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그 세계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느냐.
◇ 정관용> 그렇죠, 리얼리즘.
◆ 김선영> 그렇죠. 그러니까 가령 미생도 말씀을 하셨지만 우리가 지난해 굉장히 화제가 됐었던 스카이캐슬 같은 드라마도 거기 어떤 러브라인이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물론 그 안에 출생의 비밀이나 어떤 통속적인 코드가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굉장히 열광했었던 포인트는 그동안 입시제도, 입시스릴러라고 불릴 만큼 입시제도 뒤에 숨겨 있던 그런 모순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그 점에 호평을 받은 건데. 스토브리그 역시 이 작가가 굉장히 야구 세계에 대해서 철저하게 취재를 했기 때문에 그 두터운 어떤 현실감 배경 위에 드라마가 일단 서기가 돼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많은 분들이 이제 호평을 하고 계시죠.
◇ 정관용> 김선영 씨 원래 야구 좋아해요?
◆ 김선영> 저 야구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합니다.
◇ 정관용> 위근우 씨는?
◆ 위근우> 솔직히 말씀드리면 둘이서 같은 팀 팬이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김선영,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그런데 왜 그걸 물어봤냐면 이 드라마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좋아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 위근우> 그 얘기가 사실은 이 드라마가 초반 입소문에 되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어요. 나는 야구를 모르는데 되게 재미있더라는 그게 있는데 그게 분명 야구를 알면 더 공감하고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게 많습니다마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여기에서 그러니까 오피스물로써 그러니까 정말로 여기서 드러난 어떤 과연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싸운다고 했을 때 그것들은 사실 한국 조직에서 되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이 되게 많은 거죠. 소위 형, 동생 하는 사이끼리 어물쩍 넘어간다거나 어떤 믿음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뭔가 방관한다거나 어떤 그런 것들에 대해서 백승수라고 하는 외부인이 아니, 왜 이걸 이렇게 하는가. 정말 이 사람의 무기는 합리주의 하나거든요. 그냥 당신들이 갖고 있는 거는 통념일 뿐이다. 아까 머니볼 말씀해 주셨지만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사실은 그런 영화잖아요. 야구계에 통념이라는 게 있는데 이 사람이 아닌데, 그건 통념일 뿐이지.
◇ 정관용> 자기 나름의 계산법으로 다 바꾸는 거죠, 밀어붙이는 거고.
◆ 위근우> 철학을 바꾸는 거잖아요. 많이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인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것과 싸우는 이야기이고 그것이 당연히 보편성을 획득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김선영> 또 하나는 드라마 자체로 봐도 기존 드라마에서 기존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포인트들이 있어요. 일단 가장 꼴찌, 만년 꼴찌팀을 어떻게 해서든지 재건하는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언더독 서사를 굉장히 좋아하고, 또 이게 어떤 뛰어난 리더의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결국에는 굉장히 좀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보였던 백승수라는 리더가 사실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 조직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이상적인 리더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냥 히어로물 서사로 생각하고 이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지금 이 드라마가 벌써 맡은 팀이 선수 트레이드 등등을 거쳐서 성적이 좋아지는 것까지 다 나와요?
◆ 김선영> 아니죠. 지금 아직 시즌이 시작이 안 됐으니까.
◆ 위근우> 아직 스토브리그 상태입니다, 아직까지.
◇ 정관용> 그런데 성적이 좋을지 어떻게 알아요?
◆ 김선영> 그러니까 왜냐하면 지금 이게 예측은 할 수 있는 거죠. 그동안 사람들이 이 구단의 문제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도 손대지 못했던.
◇ 정관용> 그걸 고치고 있다?
◆ 김선영> 네. 지금.
◇ 정관용> 그런데 그게 맞을지는 모르는 거죠.
◆ 김선영> 그렇죠. 결과는 일단 나와봐야지 되는 건데.
◇ 정관용> 그러면 프로야구 시즌 오픈할 때까지 계속 가는 거예요. 이 드라마가?
◆ 김선영> 그래서 나오는 말이 좀 시즌제로 갔으면 좋겠다. 지금 이 드라마는 한계, 그러니까 정해진 분량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극중에 배경이 되는 드림즈라는 팀이 실제로 정말 체제가 개선이 돼서 우승하는 것까지 보고 싶다. 이런 요청들이 굉장히 많죠.
◇ 정관용> 그럼 스토브리그는 이걸로 일단 끝내고, 4월달쯤 해서 이제 다시 한 번 시즌 오픈하고.
◆ 위근우> 그것도 가능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일단 저는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것이 정말로 이 팀을 정말 강하게 만드는 것이냐가 그건 실증될 때까지는 모르는 거지만. 하지만 우리가 그런 거죠. 정치도 그렇지만 절차적 합리성이라는 것이 제대로 됐을 때 우리가 그 결과가 좋을 것이다, 혹은 우리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가 있잖아요. 그런데 말하자면 지금까지 여기서 나오는 드림즈라고 하는 만년 꼴찌 구단은 그냥 야구만 못하는 게 아니라 절차적 합리성이라는 것이 완전히 무시돼 있었던 곳이었다라는 거죠.
◇ 정관용> 엉망진창이었군요.
◆ 위근우>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던 거죠.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자신이 몸담거나 혹은 경험해 봤었던 여러 조직들을 떠올리면서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아직까지는 실제 야구장에서 경기하는 장면은 잘 안 나오겠네요.
◆ 위근우> 안 나오고.
◆ 김선영> 훈련하는 장면이 좀 나오죠.
◆ 위근우> 어쩌면 마지막까지 안 나올지도 모릅니다.
◆ 김선영> 그런데 그게 성공 포인트가 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기존의 스포츠 드라마들이 또 있었잖아요. 아예 이게 물론 이제 정통 스포츠 드라마는 아니지만, 기존에 선수들의 활약을 그렸던 그런 스포츠 드라마들이 아예 없었던 게 아닌데.
◇ 정관용>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저는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게 없는데요. 스포츠 드라마가 아예.
◆ 김선영> 실제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아마 마지막으로 히트한 드라마라고 하면, 94년도에 나왔던 마지막 승부.
◆ 위근우> 마지막 승부. 정말 마지막이었죠.
MBC 드라마 마지막승부(1994)
◆ 김선영> 최초이자 마지막.
◇ 정관용> 94년? 그럼 몇 년이 흐른 거예요? 26년?
◆ 위근우> 그러니까 그 사이에 공포의 외인구단 드라마화도 있었고 맨땅에 헤딩이라는 축구 드라마도 있었는데 정말로 진짜 별로였어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너무 드라마의 완성도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별로였는데 사실은 그러면서 그런 통념이 있었던 거죠.
◇ 정관용> 어쩌면 스토브리그에 아직 야구장 경기 장면이 제대로 안 나와서 그래서 인기를 끌고 있을지도 몰라요.
◆ 김선영> 그러니까 그 점이 포인트인 게, 진짜 중요한 포인트인 게 뭐냐 하면 배우들이 스포츠 드라마를 배우들이 연기하잖아요. 극중에서 선수를 연기를 하는데 물론 배우들이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겠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연기를 하는 걸 보면 그 종목을 연기하는 모습이 굉장히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분명히 극중에서 묘사되는 거는 굉장히 뛰어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아무래도 그걸 실제적으로 재현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좀 몰입할 수 없는 그런 포인트들이 있는데 스토브리그는.
◇ 정관용> 알겠어요. 교묘하게 경계선을 타고 있다.
◆ 김선영> 그렇죠.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는 머니볼과는 확실히 좀 다른 거네요.
◆ 위근우> 다르긴 한데.
◇ 정관용> 머니볼은 경기 장면이 아주 압권이거든요.
◆ 위근우> 그런데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 경기 장면에서 분명히 승리를 결정짓는 홈런 장면이 굉장히 멋있습니다. 계속해서 이제 안 쓰던 선수가 나와서 홈런을 치는 장면이 되게 드라마틱한데, 사실은 머니볼에서 그 빌리 빈이라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건 그런 드라마보다도 중요한 건 사실 그날 하루의 드라마틱한 승리가 아니라 결국 최종 성적표에서 승수, 승패, 마진, 이런 것으로서 야구를 봐야 된다라는 이야기였거든요.
◇ 정관용> 글쎄요,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멋진 승리 장면이 나와 줘야 더 좋죠.
◆ 위근우>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거 없이도 수많은 에피소드와 그 안에서의 승리를 만들어내는 거죠.
◆ 김선영> 드라마니까 가능한 거죠. 영화라면 정말 강렬한 그런 우승 장면이나 이런 장면들이 필요한데.
◇ 정관용> 드라마라서?
◆ 김선영> 네.
◇ 정관용> 작가하고 연출은 누가 했어요? 베테랑들이에요, 어때요?
◆ 위근우> 지금 작가가 신인 작가입니다. 이제 원래 교육방송에서 교양 프로를 담당했었던 작가였는데 2016년에 사실은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탔었던 시놉시스였는데.
◇ 정관용> 이 작품이?
◆ 위근우> 그런데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 정관용> SBS로 갔어요?
◆ 위근우> 3년이 지나서 SBS에 편성이 됐어요. 그리고 정말로 대박이 났죠.
◇ 정관용> 우리 처음에 이 얘기 시작하면서 동백꽃 얘기 꺼내고 지상파 드라마들이 다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런 얘기 잠깐 하다가, 제가 그건 마지막에 다시 얘기합시다 그랬잖아요. 두 분 전망이 어때요?
◆ 위근우> 저는 그냥 지상파가 잘될 것이다라기보다는 지상파가 지금 잘 되는 이유를 지상파가 그 이유를 알면 계속해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 정관용> 이유가 뭐예요?
◆ 위근우> 왜냐하면 이야기가 좋으면 신인 작가라고 해도 정말로 이렇게 과감하게 편성을 하고 또 과감하게 연출에 힘을 주고 그럴 수 있다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작가의 이름값만으로 하는 것들이 되게 말하자면 잘못된 통념인 거죠.
◇ 정관용> 알겠어요. 좋은 이야기가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 그게 기본이죠.
◆ 김선영> 그렇죠. 그리고 지상파의 위상이 많이 약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어떤 좋은 콘텐츠가 나왔을 때 가장 강력한 대중적인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만은 사실 분명하고요. 그러니까 지상파 드라마로서의 어떤 공적인 메시지와 장르적인 완성도가 조화를 이룬 작품들이 나온다라면 거기에 굉장히 오히려 다른 플랫폼보다 많은 환호를 받을 수 있다라는 거를 이 작품이 보여주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이런 리얼리즘과 스토리를 기반한 드라마가 인기 끌기 시작하는 건, 저는 좋은 현상이라고 보고요. 조금 지나면 이제 우리 척박한 노동현장 이런 걸 그리는 드라마들이 쭉 나올 거라고 저는 기대합니다.
◆ 김선영> 사실 오피스 드라마가 노동 드라마가 돼야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김선영, 위근우 평론가 고맙습니다.
◆ 위근우> 감사합니다.
◆ 김선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