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 즈음해 외교 양대 축인 노동당 국제부장과 외무상을 물갈이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8일(현지 시각) 평양 소식통들을 인용해 리용호가 교체됐으며 새 외무상으로 리선권이 임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달초 노동당 지도부 단체 사진에서 회의에서 리용호가 단체 사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광범위한 권력 내 개편 속에서 그가 교체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연합뉴스도 이날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최근 외국 대사관들에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임명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정권의 외교를 이끌었던 정통 외교관이자 '미국통'인 리용호가 전격 물러났고 리용호 외무상의 '대부'격인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모든 직책에서 해임된 것으로 파악된다.
리수용의 후임에는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가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대남 라인에 물은 뒤 포스트 하노이 대미 외교의 실패를 리용호와 리수용 등 기존 정통 외교라인에 물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2018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대미협상을 이끌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겸임했던 당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내놓았고 일부 관련자들도 처벌을 받았다.
이번에 외무상이 된 리선권도 지방에서 한때 혁명화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이 주도했던 하노이 회담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안보리의 핵심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했지만, 미국이 '영변+α'를 요구하면서 결렬됐다.
그러자 회담 결렬 직후 김영철 중심의 대남라인이 퇴조하고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대미 외교의 전면에 나섰고 주도권도 대미외교 전담이었던 외무성으로 다시 넘어갔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고 대미 공세를 펼쳤으나 또 무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최고의 외교관으로 손꼽히는 리용호와 김정은 정권의 외교 브레인인 리수용이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상이 정통 외교관에서 대남 라인인 리선권으로 교체됨에 따라 향후 대미 외교에서 김영철계로 분류되는 대남 라인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선권은 군인 출신이긴 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군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함께 남북 군사회담에 관여해온 인물로 2016년 김영철이 노동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남사업을 총괄하자 곧바로 군복을 벗고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대남 강경 이미지가 강하다. 2018년 9월에는 방북한 남측 재벌 총수들과 냉면을 먹는 자리에서 대북 투자를 촉구하는 의미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