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작년 4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 화재 당시 무호적자로 확인된 화재 피해자 한 명이 구청의 지원으로 44년 만에 주민등록증을 갖게 됐다.
관악구는 지난 17일 신림동 고시원 화재 피해자 이모(44) 씨에게 주민등록증을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불이 난 고시원에 거주하던 이 씨는 작년 4월 9일 화재 당시 피해자 구조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당시 화재로 이 씨를 포함해 고시원 거주자 35명이 피해를 봤는데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구 조사 결과 이 씨는 5세 무렵 서울 은평구의 한 보육 시설에 들어간 뒤 중학생 때까지 지내다 이후 시설을 나와 봉제공장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3년 전 이 씨는 가족관계등록을 하려 했으나 각종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고, 신원을 보증해 줄 인우(隣友)보증인도 구할 수 없어 결국 포기했다.
관악구는 고시원 피해자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무호적자라는 점을 확인하고, 주민등록을 위한 자료 수집에 나섰다. 인우보증인으로는 관악구 복지정책과장과 복지기획팀장이 나섰다.
구가 작년 5월 가정법원에 성(姓)·본(本) 창설 허가 신청을 내고, 법원을 수차례 방문하며 서류를 보완한 끝에 이달 이 씨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됐다.
관악구는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이 씨를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했고, 앞으로 생계비·주거급여·의료급여 등을 지원하는 한편 일자리도 연계해 주기로 했다.
이 씨는 "고시원 화재가 희망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동안 가족같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