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왼쪽)과 추미애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1·8 검사장급 인사'로 대검찰청 간부들이 대거 교체되며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던 검찰 내 불협화음이 불과 1주일 만에 터져 나왔다.
특히 추미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팀장 출신으로 새로 대검에 온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이 조국 전 장관 기소에 반대의견을 표한 것을 두고 수사를 진행해 온 후배 검사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급기야 '상갓집 항명 사태'까지 낳았다. 어쩌다 심 부장은 검찰 내부 '공공의 적'이 됐을까. 지난 1주일간 대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주요 장면을 돌아봤다.
◇ 1월 13일(월)법무부는 대검 고위 간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13일자로 단행했다. 심재철 신임 검사장은 기존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춰온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반면 한 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과 서울동부지검이 최근 기소한 감찰무마 의혹 등의 수사 상황을 종합하고 조율해온 곳이다.
업무 특성상 반부패·강력부는 한동훈 검사장같은 '특수통' 검사들이 주로 배치돼왔다. 심 부장은 강력사건을 맡아본 적은 있지만 특별수사 지휘 경험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밤 국회에서는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통과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줘 재량을 늘리는 내용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개편에 발맞춰 법무부는 2000년대 이후 '검찰의 꽃'으로 자리매김한 특수부 등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하고 형사부·공판부로 전환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 1월 14일(화)법무부는 검찰 직제개편 내용을 선(先)발표하고 14일 대검찰청에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검찰의 상징과도 같았던 직접수사 부서들을 전면 폐지하면서도 검찰의 의견 청취는 '요식행위'에 그치는 듯 보인 법무부의 태도에 검찰 내부가 들끓었다.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이날 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김 교수는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법무부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1월 16일(목)지난해 부임 후 매일 아침 대검 간부들을 모아 1시간씩 회의를 하던 윤 총장은 새 참모들이 온 후로는 전체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신임 간부들의 업무파악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의 업무 스타일상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강한 리더십을 보여 온 윤 총장이 '1.8 검사장급 인사' 이후 달라진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참모진이 대거 바뀐 영향이 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리고 이날 조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기소를 앞두고 윤 총장의 주재로 심 부장과 동부지검 수사팀 등 8~9명이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이 자리에서 심 부장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 혐의를 두고 "민정수석의 정무적 판단으로 죄가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부지검 수사팀 검사들과 논쟁이 벌어졌고 윤 총장의 결단으로 결국 17일 조 전 장관을 기소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이날 대검은 일선 지청들로부터 직접수사부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아 법무부에 전달했다. 특히 직제개편에 따라 인사 대상이 된 대검 중간간부들 전원이 '유임'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윤 총장은 이런 입장을 지지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중요 수사를 맡고 있는 검사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사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도 포함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 1월 18일(토)대검 간부의 장인상에 윤 총장을 비롯해 전·현직 대검 간부들이 모였다. 빈소의 상주인 김모 대검 과장은 윤 총장과 국정원 댓글수사 당시 함께 일했던 팀원이다.
구본선 대검 차장과 심 부장 등 새로 발령난 간부들과 기존에 대검에서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춰온 박찬호 제주지검장(전 대검 공공수사부장), 문홍성 창원지검장(전 대검 인권부장), 양석조 선임연구관 등이 모였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국 일가 수사를 맡아온 송경호 3차장 검사 등도 자리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반부패·강력부 소속인 양 선임연구관이 심 부장에게 지난 16일 조 전 장관 기소 관련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항의했다. 양 선임연구관은 "조국이 왜 무혐의인지 설명하라"고 따져 물었고 같이 있었던 다른 수사 검사들도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선임연구관은 지난해 8월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맡다가 대검으로 온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직제개편에 따라 다시 인사변동 가능성이 생겼다.
◇ 1월 20일(월)늦음 밤 상갓집에서의 일이 알려지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월요일 아침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라고 사건을 명명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추 장관은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며 "그간 검사들이 여러차례 장례식장에서 보여온 불미스러운 일이 개선되지 않고 여러 검찰 간부가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해당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도 암시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윤 총장의 요구대로 인사이동된 지 1년이 되지 않았거나 중요 수사를 진행 중인 중간간부들의 전보를 보류할지 논의했다.
우선 법무부는 "필수 보직기간의 예외(1년)를 인정하되, 현안사건 수사·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실제 인사에서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팀 등의 주요 인원이 교체될 경우 심 부장의 발언과 더불어 '수사탄압'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중간간부 인사안은 오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