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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 집중 조명

공연/전시

    남산예술센터,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 집중 조명

    한강 '소년이 온다' 원작으로 하는 작품 두편 5월에 잇따라 선보여
    30대 젊은 차세대 예술가 작품도 공연
    남산예술센터 극장 12월 계약 종료, 임대 연장 논의 지속

    21일 오후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진행된 '2020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가 202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시즌 프로그램으로 집중 조명한다.

    남산예술센터는 21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2020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3월부터 9월까지 진행될 시즌 프로그램을 5편을 발표했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5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작품부터 그동안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무대에 처음 서는 젊은 창작자들의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작품까지 총 5편으로 구성됐다.

    이날 남산예술센터 우연 극장장은 "'80년 5월 광주,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들'이라는 내용으로 올해 시즌 프로그램 기획 방향을 정리했다"라며 "우선 서울과 광주를 연결하는 형태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해 두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또 공동제작 시즌 공모를 통해서 선정한 세 편의 작품이 공교롭게도 모두 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젊은 세대 창작진으로 구성된 작품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80년 광주를 말하고 80년 광주 이후 세대들이 어떤 목소리를 갖는가 하는 부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지난해 시즌 프로그램이었던 '휴먼 푸가'(원작 한강·연출 배요섭)를 5월 13~24일에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원작 한강·연출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을 5월 29~31일 무대에 올린다.

    '휴먼 푸가'는 서울 공연 후 5월 29~31일에는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광주 시민을 만나고, 11월 14일~16일에는 폴란드로 크라쿠프 스타리 국립극장에서 동유럽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두 작품은 모두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역사적 사건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온전히 치유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동시에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작품이다.

    특히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휴먼 푸가'는 파격적인 무대연출과 공연전개로 화제를 몰고 왔으며 연말에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다.

    '휴먼 푸가'의 배요섭 연출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휴먼 푸가'의 연출인 배요섭 공연창작집단 뛰다 대표는 "연극을 20년 동안 해오면서 연극의 방식과 삶의 방식이 어떻게 서로 견제하고 만날 수 있는 가를 질문하면서 작업하고 있는데 이것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이 바로 이 작품"이라면서 "광주 민주항쟁이라는 역사적 경험들은 계속 저를 따라다녔던 질문 중 하나로 이것을 연극이라는 방식을 통해 어떻게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싸운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린다. 원작인 '한강이 온다' 속 언어를 무대로 옮기지만 국가가 휘드른 폭력으로 인해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슬픔, 분노, 연민의 감정을 말로 뱉지 않고 고통의 본질에 다가가 인간의 참혹함에서 존엄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시도한다.

    배 연출은 지난해 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자신과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이 모두 힘들어했기 때문에 올해 다시 공연하는 것이 두렵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다시 해보기로 다짐하면서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원작 소설을 읽는 계기가 되고 광주라는 역사적 사건들이 오래도록 사람들 몸 속에 각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 연출은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20여년간 활동해 극단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뛰다라는 형식으로 작업하는 것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만하려고 한다. 당분간은 화천에 예술공간을 만들어 젊은 예술가들이 와서 영감을 얻고 자라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작품 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고 잘되면 조금 더 일상으로 돌아가고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배 연출과 뛰다는 내년 말까지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에 대한 기록 워크숍, 출판, 아카이빙 전시와 극단의 '장례식' 축하 공연을 열 계획이다.

    폴란드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의 '더 보이 이즈 커밍'은 지난해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초연을 올린 작품이다.

    한국에서 시작해 폴란드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광주의 아픔이 1980년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산예술센터는 "폴란드의 시선으로 5월의 광주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올해 5월 '휴먼 푸가'와 함께 극장의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광주의 아픔을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는 미래를 고민하는 것에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라고 시즌 프로그램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는 이날 인터뷰 영상을 통해 "한강 작가의 소설을 보면서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한국을 위해 싸워야만 했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했다"며 "시신으로 가득찬 상무관에서 밤과 낮을 보냈던 어린 학생들의 이미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폴란드 사회의 양극화에 대한 저의 두려움과 강한 연결고리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은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해자와 우리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과 질문을 남긴다"고 부연했다.

    또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는 30대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1930년대부터 1950년까지의 만주를 그린 '왕서개 이야기'(작 김도영·연출 이준우),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이야기한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작·연출 김지나), 기독교의 역사를 바라본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공동창작·연출 임성현) 등이다.

    먼저 올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의 막을 올리는 '왕서개 이야기'는 4월 15~26일 무대에 오른다.

    '왕서개 이야기'는 남산예술센터의 단계별 제작 시스템을 모두 거친 작품으로 '왕서개'라는 인물의 복수를 통해 193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세계사의 아픔을 이야기함으로써 가해의 역사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마주했을 때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한다.

    '왕서개 이야기' 김도영 작가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왕서개 이야기'의 김도영 작가는 "이 작품은 만주에서 매 사냥꾼으로 살다 아내와 딸을 잃고 이후 21년 세월 견디고 살아가서 겐조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뒤 자신의 삶을 쑥대밭 만든 일본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면서 "형식이 단순하고 복수의 서사를 띄고 있는데 '복수는 복수인데 복수 해야하는 순간이 왔을때 어떤 복수를 할 것이고 일본 입장에서는 사과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사과할 것이며, 그 작품을 보는 우리는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를 말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왕서개 이야기' 이준우 연출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이준우 연출은 "공연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 현재의 위치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피해자 위치에 우리를 두는 것에 익숙하지만 때로는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데 죄책감과 타인의 아픔을 느끼는 감정 돌아보고 생각볼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6월 24일~7월 5일)은 1980년대부터 우리 사회가 낳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기억을 무대화했다. 파편화된 기억이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아픔은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경험이 아니라 동시대 우리가 함께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 김지나 연출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김지나 연출은 "작품은 수채화처럼 방울방울 퍼져 있는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유화의 그림처럼 하나씩 겹쳐서 딱딱하게 굳어지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는 현재의 우리 사회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다"라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희생자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품어가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마주하는 연극을 하는 바람으로 관객을 만나고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즌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 2~13일)는 퀴어를 전면에 내세워 불안과 혐오 등을 이야기한다.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임성현 연출 (사진=남산예술센터 제공)

     

    임성현 연출은 "오랜 시간을 기독교 정신과 예배문화, 예수의 가르침과 시간을 보내며 자라온 현직 크리스천"이라면서 "공연은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기독교 예배 그 중에서 대부흥성회 예배 형식을 가지고 와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회가서 예배를 드릴때마다 왜 재미가 없나, 지루하고 왜 이것을 반복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었는데 연극을 하고 나서부터 예배에 연극적인 요소와 재미, 그리고 정서적인 힘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예배를 살리기만 하면 재밌는 요소가 나올 것 같았고 기독교가 다시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부터 잠재력 있는 작품을 발견하고,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공유한 '서치라이트'를 올해도 이어간다. 3월에 극장, 관객, 기획자,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서로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격년으로 진행한 일본과 중국의 낭독공연을 처음으로 동시에 추진한다. '일본희곡 낭독공연'(2월 21~23일), '중국희곡 낭독공연'(3월 24~29일)을 차례로 선보인다. 작년 한 해 동안 추진해온 특정 회차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공연' 역시 올해도 이어간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도부터 서울시가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로부터 임대해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 중인 극장이다.

    하지만 2018년 초 서울예술대학이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논쟁이 벌어졌다. 이후 2020년까지 계약은 연장이 됐지만, 임대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불안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와관련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서울시가 이 극장을 둘러싼 여러 이슈에 대한 현장 연극 예술인들과 남산예술센터 직원들의 의견을 1차적으로 경청했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계약에 대해 6개월 전에는 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상호간에 각자 의견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곧 서울시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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