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두번째 확진자가 나타났지만 지역사회로 전면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역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지만, '능동감시'라는 틀과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격리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근무하던 55세 한국인 남성 A씨였다. 그는 지난 10일 갑자기 시작된 목감기 증상으로 19일쯤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러던 지난 22일 오후 우한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를 경유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검역 과정에서 발열과 인후통이 확인됐다.
검역 과정에서 열이 났다고 해서 바로 의심환자로 격리조치 되는 것은 아니다.
검역관들은 발열, 기침, 가래, 우한 방문력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의 격리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외에도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는데, A씨가 앓던 인후통은 인플루엔자에서 더 흔히 발견되는 증상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A씨는 격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다만, 검역관들은 A씨를 능동감시 대상으로 설정했다.
열과 목감기 기운이 있는 A씨가 만에 하나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을 고려해 관할 보건소가 계속 연락을 취해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또 검역관들은 A씨에게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됐음을 알리고, 최대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행동수칙을 알렸다.
실제로 A씨는 다음날인 23일 능동감시를 통해 보건소에 상담하게 됐고,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진됐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메르스 사태 초반에만 하더라도 약간의 의심 증세가 있어도 검역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환자들을 감시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 "이번엔 검역관들이 능동감시 대상자를 설정해 하루만에 격리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입국한 22일 저녁부터 다음날 격리되기 전까지 그가 지역사회를 활보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켜봐야겠지만, 그렇게 단시간에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는 중국 사례에서도 없었다"며 확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또한 A씨는 입국과정에서 자신의 우한시 방문 경험을 포함해 건강상태질문서를 충실히 작성하고, 능동감시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보건소에 지시사항에 최대한 협조했다고 한다.
질본 관계자는 "환자 스스로가 열이 있고, 우한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을 말해주시고, 능동감시에도 적극 협조해 주셨다"며 "이처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질본은 A씨의 이동경로 등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를 실시해 A씨의 가족이나 같은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 등 '밀접 접촉자'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접촉자들의 이상 소견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