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정부 답변이 늦어지면서 노동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에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권 보장' 권고를 보낸 날은 지난해 11월 5일.
인권위는 권고문에서 "2018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토대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인권증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검토했다"며 △위험의 외주화 개선 △위장 도급(불법파견) 근절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권고를 받은 후 90일, 즉 지난 20일까지 권고에 답해야 하는데도, 연말 국회 일정에 밀려 준비가 늦었다는 이유로 기한 내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국회에 다수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상정돼 실무진들이 답변을 준비할 여력이 부족했다"며 "현재 각 실·국의 답변을 취합했고, 이달 안으로 인권위에 답변을 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답변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권위 권고안의 핵심내용인 간접고용 노동자도 원청업체가 공동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가 노동부 산하기관에 첫머리로 제시한 요구사항 중 하나가 바로 '간접고용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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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위원회가 노동부 산하기관의 업무보고를 받을 때 분과위원이던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새 정부에서는 간접고용과 관련한 것도 원청업체가 공동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하겠다"면서 각 기관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제도 개선안 마련까지 거듭 주문했다.
이후 노동부 총괄로 '비정규직 대책 TF'까지 꾸려졌지만, 2년 후 별다른 성과 없이 TF는 흐지부지 해체됐다.
관련 논의를 넘겨받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하다'는 이유로 공식 기구 대신 연구진 차원에서만 다루고 있어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오민규 정책위원은 "노동부가 마치 인권위 권고 내용을 처음 들은 것처럼 대하면서 답변을 질질 끌고 있다"며 "그동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나 고민이 전혀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가 이달 안에 내놓겠다는 인권위 권고 답변에 얼마나 전향적인 제도 개선 의지가 담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