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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국회 진출, 왜 이렇게 '논란' 됐을까

법조

    판사의 국회 진출, 왜 이렇게 '논란' 됐을까

    [법원 떠나는 판사들①]
    사법농단 후 첫 총선, 법원 내부 비난 거세
    "사법개혁은 정치 문제 아냐…'정치판사' 비판 과해"
    견제·균형 해치는 문제들 돌아보는 계기 돼야

    ※ 법정에 판사가 들어서면 피고인과 변호인, 또는 원고와 피고, 방청객까지 모두 일어서 엄숙히 인사를 한다. 우리 사회가 축적한 법과 그것을 토대로 판단하는 법원에 대한 존중의 의미다. 법대 위에서 판사는 한 개인이 아닌 법원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런데 어제까지 '초인적' 존재로 신뢰를 받던 판사가 오늘은 법복을 벗고 '새 뜻'을 펼치겠다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행정부로, 국회로, 시장(market)으로 나간 전직 법관들이 그 존재만으로 사법 신뢰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편집자 주]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탄희 전 판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엔 법복을 벗자마자 청와대로 간 김영식 법무비서관이 크게 지탄받았다면 올해는 이탄희 전 판사다. 물론 이 전 판사는 이미 법복을 벗은 지 1년이 지났고, 정부가 아닌 국회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출사표를 낸 판사들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사법농단의 현장을 내부고발한 '사법개혁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특히 타깃이 됐다.

    판사의 국회 진출은 청와대로의 이동만큼이나 문젯거리인 것일까. 오래전부터 종종 있어왔던 판사의 국회행이 올 총선에서 큰 비난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판·검사 청와대 직행은 금지, 국회는 가능…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3일 법관의 국회의원 출마를 금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관 퇴직 후 2년동안은 특정 정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이탄희 전 판사를 저격하며 '이탄희 금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같은 자유한국당에도 장동혁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입당해 대전 유성갑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특히 재판 실무를 맡은 지는 3년이 넘었고 퇴직 후 1년이 지난 이 전 판사와 달리 장 전 부장판사는 최근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심리하고 있었다.

    사실 판사의 정치권 진출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장 전 부장판사처럼 법복을 벗자마자 국회에 입성한 사례도 매번 있어왔다.

    대표적으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광주고등법원 판사를 하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제18대 총선에서는 홍성칠 전 대구지법 상주지원장과 김경호 전 창원지법 밀양지원장이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그해 1월 사표를 내고 출마했다. 제19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전례 없이 재임용에 탈락해 법복을 벗게 된 서기호 판사가 진보정의당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진입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는 송기석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와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이 퇴직 후 바로 출마한 바 있다.

    이같은 판사의 국회행을 두고 일부 따가운 시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판사의 청와대행'만큼 비난을 받진 않았다. 특히 지난해 김영식 전 부장판사가 사직 후 4개월여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그간 전·현직 판사들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맡아온 공공연한 관행에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퇴직 후 2년 내에는 청와대에 취업할 수 없도록 법원조직법이 개정됐다.

    '법관의 금지사항'을 명시한 법원조직법 제49조는 이 법이 제정된 1949년부터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 '행정부서의 공무원이 되는 일'을 똑같이 금하고 있다. 재직 중 그러한 겸업을 하는 것이 금지이지만, 법관의 중립성·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재직 중인 상태에서 행정부나 국회의 '러브콜'을 받고 퇴직 후 바로 이동하는 것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행과 달리 국회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법농단 이후에서야 심각하게 드러난 것은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국회 진출은 판사가 선언함으로써 성사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국민의 선택이라는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판사의 국회행이 위협하는 부분은 '공정한 재판'·'독립적인 사법부'라는 외관으로 정리된다. △판사의 청와대행 △전관예우 △고위공직자의 유관기관 재취업 등이 '공정한 외관'을 위협하는 것과 더불어 실질적·직관적으로 불공정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의 수위에 다소 차이가 있는 셈이다.

    ◇'사법농단' 주역 판사들에 '정치판사' 비판, 타당한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그럼에도 보수정당 등을 중심으로 사법농단 사태에서 내부 개혁을 위해 힘써온 판사 3명이 국회로, 특히 모두 같은 당(더불어민주당)으로 향하게 된 것을 두고 '정치판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상은 이 전 판사와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이후 첫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판사 3명이 그 내부고발과 개혁을 주도해온 사람들"이라며 "국민 입장에서는 법원 안에서도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사라고 생각했을 인물들의 정당행이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똑같이 법복을 벗자마자 출마의사를 밝힌 장동혁 전 부장판사도 있지만 이들 3명에 대한 비판이 심한 것에는 사법농단 과정에서 특별히 형성된 신뢰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두환 재판을 맡아온 장 전 부장판사의 자유한국당행을 포함해 본다면, '초인적' 위치에서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보였던 판사들에 대한 막연한 신뢰가 깨지는 것은 그 자체로 사법부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를 두고 '결벽의 과잉'이라고 진단하는 법원 내부 의견도 있다. 한 고위법관은 "이들 판사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클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법개혁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치판사'라는 비판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당으로 가는지는 더욱 중요하지 않다. 국민이 '법복 벗은 판사'에 대한 실망감을 딛고 이들을 의원으로 뽑아줄 것인지의 문제"라며 "오히려 사법부 내에서 이 전 판사 등에 대해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판사들끼리의 결벽주의로 보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판사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내부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판사 퇴직 후 1~2년간의 '냉각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장치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한 중요 판결들이 정치적 커리어가 될 때의 문제 등을 판사들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현직 판사를 국회로 파견하는 제도는 새삼 얼마나 문제인지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이처럼 견제와 균형을 해치는 여러 문제들을 고치는 쪽으로 논의 방향을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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