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깃발 (사진=유럽연합 제공)
EU(유럽연합)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국회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한국의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확인하는 '전문가패널'에 EU가 지난 20일 의견서를 제출했다.
EU 의견서를 접수한 전문가패널은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13장)' 이행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FTA상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소집된 기구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말 양 당사국 국적의 패널 각 1인과 제3국 국적의 의장 1인을 포함, 총 3인으로 구성됐으며 활동 기간은 3개월이다.
EU는 의견서에서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이 '불충분하다(inadequate)'고 언급했다.
또 "대한민국 20대 국회에서 비준안의 통과는커녕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며 "현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비준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는 오는 5월 29일 회기가 종료되지만,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ILO 협약 비준안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U는 또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의 일부 조항이 결사의 자유를 제한해 ILO 핵심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고자와 실업자뿐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자영업자 등을 결사의 자유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가 비준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관련 법 개정안에는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노조할 권리에 대해서는 아예 다루지 않고 있다.
만약 정부의 개정안대로 국회에서 ILO 협약이 비준되더라도 EU와의 분쟁 요소가 여전히 남을 수 있다.
이 외에도 EU는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한 노조를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조항, 노조 설립 신고 제도에 관한 조항, 노조의 임원을 조합원 중에서만 선출하도록 한 조항 등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앞서 EU는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한국 정부가 FTA에서 약속한 것과 달리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한국이 ILO 회원국의 4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로부터 수차례 지적받았고, 총 8개인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제87호·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호·제105호)' 등 4개 핵심협약를 비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EU는 2018년 12월 FTA 분쟁 해결절차에 돌입해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대응을 격상해 전문가 패널을 소집했다.
이처럼 전문가 패널의 조사가 시작된 것 자체로 한국은 '노동권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을 뿐 아니라,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 내용에 따라서는 다양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EU가 의견서를 제출한 후 2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노사정 3자 사회적 합의를 거쳐 ILO 협약 비준 준비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정부가 비준동의안 및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