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국내에서 '중국인 혐오' 현상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는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전체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공포가 본격화된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은 일주일 만에 청원 동의 59만명을 돌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이 청원 참여를 독려하며 중국인 혐오 기류가 더욱 거세졌다.
최근에는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 당시 등장한 'No 재팬' 로고를 본딴 'No 차이나' 로고가 공유되고 있다. 이 로고에는 '죽기 싫습니다', '받기 싫습니다'라는 문구가 중국 오성홍기 아래 적혀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입구에 '중국인 출입금지'를 써붙이는 식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중국인은 태우지 않는 '승차 거부' 택시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인 전체에 대한 반감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일본의 한 식당을 찾은 중국인 여성이 종업원으로부터 "중국인은 나가라!"고 항의를 받는 영상이 올라왔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중국인들이 더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세계 곳곳으로 번진 중국인 혐오 현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한국인도 '혐오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과 함께 같은 동아시아인으로 묶이면서다. 가디언은 지난 27일 신종 코로나 공포의 확산으로 영국에서 중국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인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 기류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영국인들은 중국 출신이 아니라도 동아시아인들을 한 인종으로 묶어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이에 영국의 동아시아인들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해 인종 차별을 겪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어학연수를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는데 한 남자가 나를 보고 '바이러스'라고 외치며 재채기를 하는 제스처를 했다"고 밝혔다.
재불교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물건을 살 때 점원이 지폐나 동전을 손으로 받지 않고 테이블에 놓으라며 손짓을 했다", "학교에서 교사가 아시아계 학생에게만 손 세정제를 사용하도록 강권했다"는 등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인을 향한 우리의 혐오와 차별이 지구촌 전체로 보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중국인 혐오는 범주에 속하는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여기는 행태"라며 "해외에서의 동아시아인 혐오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중국인이라는 범주를 적용해 그들 전체를 혐오하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30일 신종 코로나 대응종합점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는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고 강조하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방적인 혐오와 배척은 신종 코로나의 확산 방지라는 작금의 최우선 과제 해결에도 방해가 된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적대시하지 않고 그들을 관리해야 위험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혐오와 배제라는 대응방식은 그들을 숨도록 만든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중국인 입국을 막아선 안 되는 이유도 밀입국 등 우리 사회가 관리할 수 없는 루트가 생겨 오히려 위험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