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2월 초 결혼을 앞둔 회사원 임형준씨(30·가명)는 최근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이미 하객수를 예상해 큰 규모의 예식장을 구했고 식사 인원까지 정해 비용을 지불했는데, 행여나 참석자가 적어 모든 계획이 틀어질까봐 염려해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예식장에 손님을 초대하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임씨는 "이미 지불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축하해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괜히 불편을 끼치는 기분이 들어 죄송하다"며 "갑자기 오지 않는 분들이 많을까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결혼식을 미뤄야하나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갈수록 기승하는 우한 폐렴의 불안감 속에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곳인 만큼 언제 어떻게 감염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니, 아예 방문조차 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깔려있다.
당장 결혼식이나 돌잔치처럼 경사를 앞둔 사람들은 난감한 처지다. 날은 잡아놨는데 마냥 참석해달라 요구하기에는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기에는 뒤따르는 기회 비용이 적지 않다.
다음달 29일 예식을 올리기로 한 김형주씨(26)도 마찬가지다. 이미 청첩장을 돌리고 신혼여행 비행편까지 예매해둔 상황에서 예상도 못한 우한 폐렴이 불어닥치자 하루하루 근심만 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미 '마스크라도 쓰고 가야 되냐'며 넌지시 물어보는 경우도 상당수다.
김씨는 30일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한달 뒤 결혼식 때가 되면 우한 폐렴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객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며 "예식장에 손 소독제 구비라든지, 감염 예방은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문의해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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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를 받은 하객들도 참석 여부는 고민거리다. 오는 주말 결혼식에 청접장을 받은 고정우씨(32)는 "친한 친구인데다 내 결혼식 때 지방까지 왔던 녀석인데도 우한 폐렴 때문에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가기가 겁이 난다"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돌잔치의 경우 아이가 사람들에게 노출되기를 꺼려해 취소를 문의하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우한 폐렴 3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난 26일부터 육아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돌잔치 취소를 고민하는 부모들의 게시글만 200건 가까이 쏟아졌다.
그중 한 엄마는 "셋째 아이 돌잔치를 부산에서 하기로 했다. 친정 식구들 부산 내려갈 기차표부터 호텔 객실 4개와 뷔페까지 예약했는데 우한 폐렴 때문에 모두 취소했다"며 "언제쯤 마음 편히 돌잔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만은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취소·연기해도 위약금을 물지 말아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 업체들도 우한 폐렴 대비에 나섰지만 조치는 미비한 수준이다. CBS 노컷뉴스가 30일 서울 시내 대형 예식장(돌잔치 병행) 9곳을 직접 취재한 결과, 모두 손 세정제 정도만 구비해뒀을 뿐 별다른 대응은 없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손 세정제는 물론 마스크와 체온계 등 필요 용품을 비치하고, 적극적인 방역으로 감염 차단에 노력하도록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