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특별연장근로 허용 범위 확대에 노동계가 즉각 반발하며 법적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31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일시적으로 주52시간(연장근로 최장 12시간 포함)을 초과해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규칙이 이날 시행된다고 밝혔다.
기존에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에 한정됐던 '특별한 사정'이 재해·재난 수습이나 인명 보호 외에 사용자의 경영적인 이유로도 대폭 확대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 제9호 1항의 4는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적으로 증가한 경우로서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거나 손해가 발생되는 경우'를 '특별한 사정'으로 적시했다.
노동계는 이 같은 조정이 결국 근로기준법의 후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차라리 노동시간 단축 포기를 선언하고 근로기준법을 '근로기준 무력화법'으로 바꾸라"며 성명을 냈다.
이들은 "노동시간이 주52시간을 넘어 64시간 까지 가능해졌으니, '주64+알파 시간제'로 부르는게 맞겠다"며 "개별 노동자 동의로, 사후 승인으로 신청이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는 노조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게 뻔하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권 보호에 대한 조치는 법적 의무나 불이행시 처벌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될 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역시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는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위한 경우'로 한정해 운영돼왔는데,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추진·정착시켜야 할 정부가 이를 확대 시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시행규칙이 노동자의 생명 안전을 위해 연장근로를 주12시간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법률의 근간 자체를 흔들어 결국 실노동시간단축 정책은 무력화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대노총은 다음달 3일 정책·법률 담당자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취소소송, 집행정지 청구 등 공동 대응 투쟁 방안을 논의하고 기자회견 일정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특별연장근로 확대에 반발하는 노동계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은 17일 정기대의원회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총선 투쟁 등을 결의하며, 한국노총은 대국민 소송인단을 공개모집해 법률 대응 투쟁에 돌입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선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같은 반발 행렬에 보조를 맞췄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근로기준법상 특별인가 사유의 '특별'이라는 문구를 사실상 사라지는 효과가 만들어졌다"며 "노동시간 규정을 형해화하고, 건강권이 침해될 게 분명한 시행규칙 공포를 강행한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관계법령에 규정된 노동 조건의 후퇴 여부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할 정부가 월권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만연한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