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결심이 연기됐다. 전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블랙리스트 사건'과 겹치는 혐의가 있어 추가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하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특검의 구형과 박 전 대통령 측 최후변론을 듣는 결심공판을 예고했지만 전날 대법원에서 고법에 돌려보낸 '블랙리스트 사건'이 박 전 대통령의 혐의와 일부 중복돼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시다시피 어제(30일) 관련사건 판결이 좀 있었다"며 "저희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어 오늘 결심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특별히 문제 삼을 것은 문화예술위원회 등 직원들로 하여금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급 명단을 송부한 행위, 공무사업 진행 중에 수시로 진행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 등 직권남용"이라며 "우리 사건에 대입시켜보면 진행상황 보고 등 해당행위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과거에 있었다면 (이 사건은) 특별히 다른 게 있는 건지 등에 대한 주장을 정리해주시고 증거가 있으면 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법률적 주장으로 끝날 일인지, 추가증거를 제출해야 하는지 검토해서 (관련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검찰은 공소사실의 개개 사안별로 자료를 정리해 내달라는 재판부의 요청에 "피강요자의 행위에 대해 검토해서 그 부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의견을 물은 후 오는 3월 25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잡았다.
이날 구형을 예상하고 법원에 모여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30여명은 공판 직후 "이게 무슨 재판이냐", "(박 전 대통령은) 무조건 무죄 석방이다" 등을 외치며 소란을 피워 제재를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30일 대법원은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위법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직권남용죄 성립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인지는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소속 대기업들에 대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해 약 774억원을 내도록 한 혐의 등을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공소사실에는 '블랙리스트 사건'도 포함된 만큼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었는지 여부를 놓고 대법원의 판례에 비춰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