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중국인들이 검역조사를 받는 모습. (사진=주영민 기자)
"지난 28일 오후 10시에 출항해 20여시간 걸려 중국에 갔는데 2시간 만에 다시 배를 타고 돌아왔어요. 너무 정신이 없고 힘이 드네요"
31일 오후 4시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한국인 A(50·여)씨가 세관에서 입국 심사를 받으면서 한 말이다. A씨는 전날 중국 롄윈강(連雲港)을 출발한 카페리 여객선 하모니운항호에 승선했다.
이 배에는 A씨를 포함해 보따리상 B(70)씨, 대학생 C(26)씨 등 모두 3명의 한국인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검역·세관조사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인 '우한 폐렴' 사태 여파로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 카페리 10개 항로 모두 여객 운송을 중단함에 따라 이들이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입국하는 마지막 승객인 셈이다.
◇ "현지 입항서 귀국까지 검역만 10번 넘게 받아…전쟁터 같았다"실제 이날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발 카페리 4척 가운데 롄윈강에서 출발한 하모니운항호를 제외하고 웨이하이(威海)·단둥(丹東)·스다오(石島)발 카페리는 모두 여객을 태우지 않은 체 화물만 일부 싣고 입항했다.
이날 귀국한 한국인들은 모두 이번 여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보따리상 B씨는 "중국 현지에 도착했다가 귀국하기까지 조사(검역)만 10번 넘게 받았다"며 "터미널에 입항한 배에서 나온 많은 사람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조사도 여러 번 반복돼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롄윈강 현지 도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중국 당국이 입국을 거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이후 중국 당국이 여행객들의 입·출국을 제한한 것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주(1월26~31일) 단체 여행을 취소한 중국인 여행객수는 2600여명에 이른다.
이날 오후 7시 인천항에서 출항한 톈진(天津)행 카페리에도 중국인 5명만 출국했다. 애초 7명이 승선을 예약했지만 이날 오후 2명이 취소했다.
승선인원은 5명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터미널에 도착해 출국심사와 검역조사를 받고 출국장을 나서기까지는 약 10여분이 걸렸다. 검역 당국이 각 승선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점검하는 등 검역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검역·세관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검역장에는 열화상기와 손소독제, 마스크가 비치됐다.
검역체계도 강화돼 기존 터미널 내 검역이 아닌 카페리 선박 내에서 먼저 검역이 이뤄졌다.
이들이 입·출국하기 앞서 이날 오후 3시에는 문성혁 해수부 장관이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방문해 검역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계속 확대돼 국민들의 불안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다중이용시설에서 철저한 검역체계를 구축하고 검역·방역 종사자들도 감염되는 일이 없도록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당분간 인천항~중국 여객운송 중단…항로 개설 후 유례없는 현상이날 운항을 끝으로 당분간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10개 항로 전체 카페리의 여객 운송이 중단된다. 다만 화물 운송을 위한 운항은 계속된다.
인천~칭다오(靑島)·옌타이(烟台)·다롄(大連)·잉커우(營口) 항로 카페리는 선박 정기검사인 다음 달 중하순까지 운항이 중단된다. 인천~친황다오(秦皇島) 노선은 현재 카페리 대체 컨테이너선이 운항 중이다.
인천~중국 항로 전체 카페리가 여객없이 화물만 싣고 운항하는 것은 1990년 첫 항로 개설 이후 30년 만에 사상 초유의 일이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기승을 부릴 때도 여객 수송이 중단되지는 않았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선사에 따라 여객 운송 중단을 자체 결정했거나 중국 현지 지방정부로부터 공문을 받아 시행한 경우가 섞여 여객 운송 중단이 이뤄지고 있다"며 "항만을 통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5명 늘어난 1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번째와 11번째 환자는 3번째 확진자와 함께 식사를 했던 6번째 환자의 가족으로 국내 첫 3차 감염 사례로 기록됐다.
검역당국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조사 대상자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대상자의 35%가량이 '연락두절' 상태여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