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병원 입구에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공장소에 배치된 방역물품을 혼자 쓰겠다며 가져가는 시민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지하철 경의중앙선 '일산역'에 있는 손 세정제가 통째로 사라졌다.
일산역 관계자는 "지난 토요일 한 시민이 500mL짜리 손 세정제 한 통을 가져갔다"면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당시 상황이 찍힌 CCTV 화면을 역사 벽에 붙여 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남은 손 세정제 약이 하나도 없어서 추가로 배치를 못 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도 다 떨어졌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2·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사람 간 전파 사례가 드러나면서 정부·지자체 등이 공공장소에 방역물품을 배치하고 있지만, 일부 몰상식한 시민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공병을 가져와 손 소독제를 담아가는 경우를 봤다'는 등의 목격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시내버스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방지를 위한 일회용 마스크가 배치돼 있다./사진=서민선 기자
또 다른 방역물품인 '마스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1인 1마스크'를 원칙으로 공중장소에 배치하고 있지만, 일부 수장씩 챙겨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한 역사 관계자는 "마스크를 몇 장씩 뭉태기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떨어지는대로 계속 갖다 두려고 하지만, 수급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한 시내버스 기사 역시 "어떤 사람들은 두 개, 세 개씩 가져가려고 해서 하나씩만 가져가라고 말하곤 한다"며 "매너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스 내 마스크가 배치 된 곳에는 '꼭 필요하신 분만 한 개씩 가져가세요. 2개는 NO! 서로 배려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회사원 윤모(27)씨는 "마스크를 깜빡하고 챙기지 않았다가 버스에 있어서 진짜 감사하게 쓴 경험이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못 쓰고, 아예 비치해두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체 방안을 마련한 곳도 있다. 일산역 관계자는 "처음에는 마스크를 그냥 두니까 수장씩 뭉텅이로 가져가 버려서 몇 분 만에 동이나 버렸다"면서 "지금은 마스크를 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께만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시내 지하철 역사와 시내버스에 손 소독제와 일회용 마스크를 비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