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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늦어 숨진 '메르스 환자'…병원 과실 인정될까

법조

    확진 늦어 숨진 '메르스 환자'…병원 과실 인정될까

    림프종 투병 시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3차 감염
    메르스 검사 수차례 요청에도 묵살, 뒤늦게 확진…172일만 사망
    앞서 지난달 말 서울고법, 병원 측 책임만은 아니란 취지로 판결
    같은 경로로 감염된 '104번 환자' 유족 손배소는 일부 승소 판결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보다 앞서 유행해 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벌어진 일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판정을 늦게 받은 사망자의 유족이 국가와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결론에도 이목이 쏠린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오는 18일 이른바 '메르스 80번 환자'였던 고(故) 김병훈씨의 배우자 배모(41)씨 등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1심 선고를 내린다.

    지난 2018년 출간된 소설 '살아야겠다'(김탁환 작가)의 실제모델인 김씨는 지난 2015년 6월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72일 만인 같은 해 11월 25일 숨져 세계에서 가장 오래 투병한 메르스 환자, 국내 '마지막 메르스 환자'로도 알려져 있다.

    메르스 사태는 국가의 허술한 대응시스템과 현장의 어설픈 대처로 38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낳았고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배씨는 남편의 사망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와 대응을 하지 못한 병원과 당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김씨가 기저질환 관련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무르는 동안 '슈퍼 전파자'로 불린 '메르스 14번 환자'가 81명(이 중 16명 사망)에 이르는 추가 메르스 감염자를 발생시켰는데 김씨도 14번 환자로 인한 피해자였다.

    메르스 발생 바로 전해인 2014년 림프종 진단을 받은 김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뒤 경과가 좋아 같은 해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2015년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의 '폐렴 추정' 진단을 받았고 입원을 위해 사흘간 응급실에서 대기했다.

    이때 김씨에게 고열, 기침,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병원 측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아니어서 메르스 검사 요청에 응할 수 없다. 림프종 재발이 의심된다"며 부인 배씨가 6월 초 세 차례 이상 요청한 검사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김씨는 증상이 나타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난 6월 5일에서야 메르스 검사를 실행했고 7일 양성 판정을 받아 80번째 확진자가 됐다.

    배씨 측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14번 환자'에 대한 조치를 적확하게 취하지 못해 김씨를 포함한 감염자가 대폭 늘었다고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측이 감염된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14번 환자'가 첫 확진자가 나온 평택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응급실 의료진에게 공유하거나 관련지침을 교육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14번 환자'는 '메르스 1번 환자'를 통해 평택성모병원에서 2차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5월 30일 '14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임을 인식한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의 접촉환자 명단을 다음달 7일에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에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은 지난달 22일 '14번 환자'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놨다. '14번 환자' 접촉자명단 통보 지연 등 메르스 전파 확산의 책임을 삼성서울병원에 물어 과징금을 부과한 복지부의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의도적으로 질본의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14번 환자'의 접촉명단을 확보한 뒤 즉각 대응조치에 나서지 않은 국가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메르스'와 관련해 이미 병원 측의 책임을 함께 인정한 판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남인수 판사)은 지난해 2월 김씨와 같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를 통해 감염돼 사망한 '104번 환자'의 유족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3790여만원을 지급하고 삼성서울병원은 국가와 공동으로 66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보건 당국이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 대한 부실한 역학조사를 해 '14번 환자' 등이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김에 따라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했음에도, 삼성서울병원 또한 '14번 환자' 접촉자 파악에 있어 역학조사를 부실히 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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