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확인하려고 음성증명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나 자원낭비일 뿐 아니라 오히려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8일 "일부 학교나 회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시행을 권유하고 출석 등을 위해 검사 결과가 음성임을 입증하는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본은 어떠한 역학 관계도 없는 사람이 '증명서'를 위해 검사를 받는 행위는 의료 자원의 낭비이자 의학적으로도 전혀 의미가 없다며 "이러한 행위를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 검사 대상 확대로 의사환자 급증…"불필요 검사 자제 해달라"앞서 질본은 지난 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례정의를 개정해 검사 범위를 확대했는데, 검사 건수가 이전보다 3배 가량 증가하는 등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중국을 방문한지 14일 안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기침, 인후통 등)이 나타나면 바로 의사환자로 분류되고, 중국 방문 이력이 없더라도 의사의 소견에 따라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의사의 재량권이 늘어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환자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 일단 검사를 받게 만드는 '과잉 진료'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사례정의가 확대되며 의사환자 신고 건수는 7일에 244명, 8일에는 745명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의심증세로 관리 대상에 오른 환자가 2097명인데, 절반에 육박하는 989명이 지난 7일 사례정의가 강화된 뒤에 신고된 것이다.
김강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8일 "어제 검사건수는 종전에 비해 약 3배 정도 증가했다"며 "검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서 검사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며, 이러한 분들의 불만이 상당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검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24개 보건소에서 검체를 채취할 수 있게 하고, 민간 병원 38곳·수탁기관 8곳 등에서도 검사가 이뤄지게 조치했지만, 역부족인 셈이다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정부는 학교나 직장에 증명서를 제출하기 위해 일반인까지 몰려들 경우 "꼭 필요한 환자들의 검사가 지연되게 된다"며 삼가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검사 당일만 '음성'이라는 뜻…오히려 선별진료소에서 감염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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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음성 증명서'가 그 사람이 계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6일 대한감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환자 입장에서는 궁금해서 검사를 받으러 오시겠지만, 오늘 음성이 나왔다고 내일도 음성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나라 확진자 중에서도 접촉자로 지정되자마자 실시한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며칠 뒤 잠복기가 끝나며 확진된 사례(20번 확진자)가 나타난 바 있다.
또 전세기를 타고 우한에서 귀국했을 당시에는 음성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검체를 채취해 재검사를 해보니 양성으로 확인된 경우(24번 확진자)도 있었다.
오히려 확진자와의 접촉도, 의심 증세도 없는 사람들이 무작정 검사를 받고자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몰려 든다면, 실제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하며 전염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의 당일 검사 결과는 잠복기 때문에 '음성'으로 나오겠지만, 추후에 증세가 나타나도 '음성 증명서'만 믿고 신고를 꺼리게 돼 결국 지역사회에 노출되고 주변인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확진자들과의 접촉 경험이나 중국 여행력이 없는 사람들이 선별진료소를 찾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검사를 받으실 필요는 없으므로, 담당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을 신뢰해달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