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거닐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1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앞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스크 오늘 아침에 새로 쓰신거죠?"
"네. 혹시 몰라서 하나 더 챙겨 왔어요."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보이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휴대용 손세정제를 꺼내 상대방에게 건넸다.
지금 집에 어린 학생들이 살아서 걱정이 많으세요. 확실히 하자는 의미니까 협조 좀 해주세요."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별 말 없이 손을 내밀어 그가 짜 주는 손세정제를 손 구석구석 문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쇼핑은 물론 외식도 자제하는 요즘 부동산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거래시 집을 파는 사람도 집을 사는 사람도 마스크를 끼고 집을 둘러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목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모(55)씨는 "집을 보여주는 분들이 꺼려해 마스크 꼭 쓰고 오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유달리 분위기가 조용하다"며 "마스크 끼고 오는 손님은 괜찮은데 안 끼고 오면 우리도 거리를 두고 이야기한다"고 귀띔했다.
세입자가 껴 있는 상태에서 매매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집 구경이 하늘의 별따기다.
마포의 한 중개인은 "전세가 껴 있는 집을 팔려고 내놓는 경우는 세입자가 보여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수억원 하는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전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까지 구비하고 손님 맞이에 대비하고 있지만 방문 손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확잔자가 나온 송파 헬리오시티 인근의 부동산중개소는 "확진자 뉴스가 나온 이후 전화 문의는 간간히 들어오는데 직접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루 00만명 방문'이라는 자랑을 앞다퉈 내걸던 견본주택은 아예 문을 닫거나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기로 한 매교역 부프지오 SK뷰(사진=홈페이지 갈무리)
GS건설은 지난 7일 개관 예정이던 대구 청라힐스자이 견본주택 개관을 21일로 연기했다. 14일에 문을 열기로 한 대우건설과 SK건설의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SK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견본주택을 대신한다. 중흥건설이 위례신도시에 짓는 위례신도시 중흥S 클래스도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4일부터 견본주택을 폐관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역시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계획됐던 옵션 계약 일정을 연기했다.
아예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지 않고 미계약분 계약을 진행하는 '전화 줍줍'도 등장했다.
부산 사하코오롱하늘채 리버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모델하우스 방문을 꺼려하는 고객들에게 전화로 계약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상가 또한 예외는 아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분기 공실률 11.5%보다 0.2%P 상승한 11.7%으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들어 상가 매출이 떨어질 경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가 임차인의 폐점이 늘면 공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의 12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70.5로 규제정책과 비수기가 겹치는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주택사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증가하면서 주택사업 기대감도 전월 대비 6.7P 하락해 70선에 그쳤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볼 때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화되면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주택사업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