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강유정 (강남대 교수)
◇ 정관용>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국제영화상. 우리 영화 기생충이 4관왕. 그것도 주요 상을 휩쓸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지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 정관용> 놀라셨죠?
◆ 강유정> 이런 일이 있을까요. 제가 오늘 각본상까지는 받을 거라고 제가 점쟁이 노릇을 했어요.
◇ 정관용> 국제상은 기본이고 각본상까지.
◆ 강유정> 그래서 뉴스 출연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막 분주해지는 거예요. 감독상 받았다고. 그랬는데 또 막 분주해요. 작품상을 받았다고 해서 저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게 가능하구나라는. 일단 놀라움이 제일 첫 번째 반응이었습니다.
◇ 정관용> 기록이 뭐 너무 많아요. 한국 최초는 기본이고 아시아 최초, 국제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탄 건?
◆ 강유정> 그것도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입니다
◇ 정관용> 각본상도 아시아 최초라고 하고.
◆ 강유정> 그렇죠.
◇ 정관용> 그렇죠? 특히나 주요 상이 작품, 감독, 각본 이 셋을 친다면 이 셋을 한 사람이 탄 경우가 많아요?
◆ 강유정>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작품상이랑 감독상을 보통 우리가 세트처럼 얘기하는데 이 경우도 아주 흔하지는 않거든요.
◇ 정관용> 둘 다 받는 경우도?
◆ 강유정> 맞습니다. 그러니까 물론 최근에 뭐 버드맨이나 셰이프 오브 워터, 간혹 등장하기는 합니다마는 아무래도 그만큼 압도적인 작품이 매년 등장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을 때 라라랜드가 감독상을 받는다던가 이런 식의 어떤 변주들이 늘 있어왔고 이게 영어로 만든. 만약 봉준호 감독이 리안 감독처럼 거기 가서 한국 감독이지만 영어로 영어 스태프들과 영어를 쓰는 배우들과 만들었다면 좀 더 과감한 기대를 할 수 있었겠지만 완전히 그냥 외국 영화잖아요. 그러다 보니 모두들 기대도 소극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난 거죠.
◇ 정관용> 이변의 의미는 뭡니까?
◆ 강유정> 저는 첫 번째 의미는 일단은 우리가 너무 과도하게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던 건 아닌가. 가령 기생충이 충분히 좋은 작품임을 알지만 늘 전제를 달았어요. 그러나 아카데미는. 뭐 영어권 영화에만 관대했기 때문에 그러나 아카데미는 이렇게 과도하게 먼저 우리가 너무 몸을 낮췄다는 생각이 들고 두 번째는 이게 미국 영화의 힘이구나라는 생각도 저는 들었습니다. 뭐냐 하면 봉준호 감독도 약간 언급을 했지만 미국 영화가 굉장히 산업적으로 덩치는 커져가고 있지만 관객을 놀래키는 이야기의 힘은 점점 줄어들고 관성화된 관객은 늘어나지만 신선한 충격에 더 무뎌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은근히 봉 감독도 얘기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는데 정치적 올바름을 넘어서서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 거거든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아카데미 회원들이 영화란 제작비 규모로 따지는 게 아니라 감독의 명성을 넘어서서 결국은 어떤 식의 규모로든 감독이 그것을 총 발휘해서 만드는 이야기구나라는 기본기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회원들도 참 성숙하구나, 저는 그 생각도 들었습니다.
◇ 정관용> 봉준호 감독이 미국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오스카, 아카데미상은 로컬시상 아니냐. 이렇게 약간 도발적 발언을 했잖아요. 이것에 자극받은 거 아닐까요, 그 회원들이?
◆ 강유정> 저는 이렇게 대답을 드리고 싶어요. 봉준호 감독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 왜냐하면 이 로컬상이다라는 말을 도발로 했다면 그들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진짜 로컬에서 온 감독이 되려 약간 자극하네였을 텐데 아주 점잖게 엄밀히 말하면 미국 영화도 로컬영화제 아닙니까라고 농담으로 던졌는데 이 농담에 자극을 받은, 진담이 아니라. 그런데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중요한 말은 농담처럼 그리고 잔인한 말도 농담처럼 하는 그 약간 템포 조절이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였던 것처럼 그 부분도 그렇고요. 또 하나의 수상 소감이 있었죠, 자막의 1인치 벽만 넘어달라. 그런데 그것 역시도 미국의 많은 영화협회 회원들에게 우리가 자막 영화를 지금 어떻게 대했는가에 대한 신선한 환기가 된 듯해요. 그러니까 저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봉준호 감독의 그 유명했던 수상 소감들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포옹하는 봉준호와 송강호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미국의 영화인들, 미국의 관객들이 유독 다른 나라 영화에 인색하다 이걸 계속 좀 짚은 거군요?
◆ 강유정> 그렇죠. 우리처럼 인색하다 표현한 게 아니라 어쩌면 로컬영화제 아닌가요라는 진심을 담은 농담이 생각할 여지를 만드는 거죠. 기생충 영화처럼. 로컬영화제래, 그러고 보니 우리는 맨날 영어권 영화 그리고 영국하고 캐나다 혹은 우리나라. 그들 내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어권 영화만 했으니까 로컬영화제 맞구나라는 신선한 질문을 가능하게 한 수상 소감들이 이어졌다라는 거죠.
◇ 정관용> 그 감독상 타고 나서 수상 소감할 때도 물론 마틴 스콜세지의 그 말을 인용한 것도 너무나 훌륭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를 언급하면서 일부러 그런 표현을 쓴 것 같아요, 제가 볼 때. 미국 관객들이 우리 한국 영화를 잘 모를 때. 그럴 때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높이 사줬다 뭐 이런 표현을 썼잖아요. 그것도 약간 계획이 있었던 거 아닌가요?
◆ 강유정> 저는 굉장히 계획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저는 말의 품격에 대해서도 상당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좀 봉준호 감독한테 스피치 강의를 듣는 게 좋을 정도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통해서 한 얘기는 바로 그거예요. 개인의 창조력을 인정할 때 영화가 나온다는 건...
◇ 정관용>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
◆ 강유정> 맞습니다. 그건 저는 한국 영화계에도 던지는 화두라고 봐요. 봉준호 감독은 개인의 상상력을 영화로 100% 만들 수 있는 권한과 능력과 권위가 있는 감독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젊은 감독들은 산업에 휩쓸려서 개인적인 것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이거든요. 저는 아마 감독상을 받는 봉준호 감독이 자기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쿠엔틴 타란티노 얘기처럼 사실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거꾸로 칸에 갔을 때에는 미국 영화는 절대 칸에 제대로 들어올 수 없다라는 선입견이 팽배했을 때였습니다. 게다가 그런 B급 감성과 장르 융합적인 걸로는 일종의 짬뽕 영화였단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이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문을 열어줬듯이 어쩌면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계속해서 한국 영화를 언급함으로써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이라도 열어줬다라는 건데 이 두 가지 다 저는 의미 있는 발언으로 보입니다.
◇ 정관용> 그 뒤에 허락해 준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 트로피를 5등분을 해서 나눠갖고 싶다. 이것도 아주 명스피치였어요.
◆ 강유정> 명스피치고 영화광다운 대답이고 텍사스에 봉준호 기념 영화관이 만들어집니다.
◇ 정관용> 진짜요?
◆ 강유정> 네. 약간 시골이잖아요, 어떻게 말하자면. 그런데 텍사스에 봉준호관이 만들어집니다. 이 역시도 이거 제가 그냥 조금 넘어간 얘기지만 계획이 있는 건가 들기도 했습니다.
◇ 정관용> 지금 영화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더라고요. 작품상 시상하러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을 보니까. 원래 그렇게 다 가나요?
◆ 강유정> 원래 작품상, 매년 작품상을 마지막에 받으면 무대가 꽉 차죠. 그거는 맞기는 맞습니다마는.
◇ 정관용> 작품상 후보에 오르면 관계자가 다 간다?
◆ 강유정> 왜냐하면 영화에 주어지는 상이니까. 그래서 많이 올라가는 게 사실이고요. 이번에 재미있었던 건 감독상 받을 때 이미 다 올라갔어요. 그래서 저는 아마 봉준호 감독이 작품상까지는 기대 안 하나 보다 이런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배우들이 너무 호연이었는데 배우들이 올라올 기회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기회를 미리 마련해 준 건가 싶었는데 작품상을 받았고 이례적인 게 좀 있었죠. 이미경 CJ 부회장이 전면으로 저렇게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하고 자기 동생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기업의 이름을 노출한 건 굉장히 이례적인 사태라고 할 수 있겠고요. 저로서는 조금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어떤 의구심이요?
◆ 강유정> 굳이 저렇게 감독과 그리고 한편으로는 바른손 대표께서 공동상이거든요.
◇ 정관용> 제작사 대표도 이미...
◆ 강유정> 공동 수상입니다, 말하자면.
◇ 정관용> 그러니까. 제작자 대표로 원래 봉준호, 곽신애 이 두 분 아닙니까.
◆ 강유정> 두 분이 공동으로 후보가 된 거죠. 그런데...
◇ 정관용> 트로피도 두 분이 받았잖아요.
◆ 강유정> 투자배급을 한 게 중요하기는 합니다마는 한국 영화계를 성장시킨 부분에 CJ가 있다라는 굉장히 큰 어필을 하신 건 알겠어요. 그것도 사실에 부합하기는 하는 겁니다마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투자배급자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한국 영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정관용>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 봅시다. 돈의 힘에 짓눌려 있는 한국 영화. 이런 겁니까?
◆ 강유정> 돈의 힘이 차라리 제작하는 사람만 돈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기형적인 구조는 안 생기죠. 투자배급 그 소위 말하는 수직 계열화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내가 영화를 만들어도 영화관에 걸 수 없는 환경인데 내가 만든 영화를 내가 걸 수 있는 환경이 사실 한국에서 마련돼 있다라는 거고 이게 양가적인 겁니다. 한국 경제 발전하고 비슷해요. 이게 한국 영화를 20년간 급속도 발전시킨 것도 맞아요.
◇ 정관용> 공도 있어요.
◆ 강유정> 하지만 이걸로 계속 가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채 던지기도 전에 이미경 부회장이 너무 노출한 거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정관용> 원래 계획이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 강유정> 끊임없이 이미경 부회장이 물론 아카데미 회원도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시상식 전에는 사실 얼굴을 안 내밀었었죠, 캠페인 과정에서는 그런데 시상식에서.
◇ 정관용> 그런데 이 캠페인을 전반적으로 CJ가 후원했다는 건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 강유정> 그러나 어떤 영화들이라고 해도 아카데미상에서 캠페인하는 동안 제작자가 이렇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를 캠페인하는 것 자체가 제작사의 홍보거든요. 그러니까 회장이 나와서 홍보가 아니라 이 작품이 굉장히 많은 인지도를 놓고 대중성을 얻는 과정 자체가 영화사는...
◇ 정관용> 그 과정이 결국 관객으로 이어지고 수익으로 가는 거잖아요.
◆ 강유정> 그럼요. 투자배급사는 뒤에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저는 좀 개인적인 얘기입니다마는 조금 불쾌할 정도로. 왜 이 감독과 배우와 그리고 제작자가 누려야 할 자리에 그렇게 아시잖아요. 계속 시간을 빨리 하고 재촉하는 그런 분위기에서 그 말은 나중에 천천히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투자배급사로서 얘기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 정관용>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 자리에 서고 싶은 욕심이 너무 많았던 거 아닐까요?
◆ 강유정> 투자배급은 무대에 서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 돈은 무대 뒤에 있어야죠.
◇ 정관용> 아무튼 이건 이제 한국 영화의 앞으로의 어떤 새로운 전기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 강유정> 새로운 전기이자 저는 결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난 영화에 보면.
◇ 정관용> 지금까지의 결실이고 앞으로는 세계 무대, 국제 사회에서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겠어요?
◆ 강유정> 저는 이미 달라졌고요. 그리고 조심하셔야 될 겁니다. 해외 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한국의 스토리텔러들한테 접근할 거예요. 제2의 봉준호를 찾고자 하는 시도들. 가령 지금 넷플릭스나 디즈니나 OTT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 시장을 제2의 봉준호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들어올 거기 때문에 한국 영화나 어떤 점에서 젊은 세대, 새로운 씨앗들을 보호하고 그리고 우리 영화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좀 눈을 밝히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정관용> 한 단계 도약의 계기점이 된 오늘이었습니다.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고맙습니다.
◆ 강유정>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