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막 뭐 1인치 장벽 어쩌고 했던 게 벌써 꽤 됐네요. 근데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보면 때늦은 발언을 한 것 같습니다. 이미 장벽이 많이 허물어져 있더라고요. 세상 자체가 유튜브, 스트리밍 등 이미 장벽이 많이 허물어져서 모두가 서로 연결된 세상인 것 같아요. 덕분에 현대의 삶을 그린 기생충 영화도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영국 관객의 반응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좋은 일이 있음으로 더더욱 그런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세상이 더 빨리 올 것 같아요."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한국 시간)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이 전한 소감은 지난달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뒤 "자막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했던 말을 회상해 언급한 것이다.
봉 감독은 또 수상자로 네 번이나 무대에 올라 말했던 소감을 기억하며 "무대에서 했던 말은 다 진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상을 받으러 무대에 올라갔을 때 워낙 객석에 영화인도 많고 복잡한데 스콜세이지 감독이랑 눈이 마주쳤다"라면서 "또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등과도 순식간에 눈이 마주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콜세이지 감독을 워낙 존경했고, 그분의 영화를 반복해서 많이 보고 책도 사서 읽고 했는데 같이 노미네이션 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라며 "그분을 먼발치에 앉혀놓고 상을 받은 것이 더더욱 비현실적이라 생각됐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은 스콜세이지의 책을 읽고 밑줄 쳐 놨던 문구인데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말씀드릴 수 있게 돼 기뻤다"라고 감격했다.
또 "국제영화상을 받았을 때 간접적으로 밝히긴 했는데, 인터내셔널을 로컬의 반대말로 생각했을때 인터내셔널의 새 명칭이 상징하는 바가 있고 아카데미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지지한다는 말이었다"라면서 "아직 만족 수준은 아니지만 그들도 노력하고 있고 기생충도 그 방향에 맞게 시상식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앞선 수상 소감에 첨언했다.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봉 감독은 또 최근 북미에서 불고 있는 한국 영화의 강한 바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작 정이라는 한인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배우가 출연한 '미나리'라는 영화가 며칠 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라며 "이후 며칠 지나서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기쁜 소식을 전했고, 연이은 낭보가 교민분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최우식이 북미 진출을 논의 중인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배우와 제작진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수상한 오스카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봉 감독은 외국어 영화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을 기생충이 전부 수상한 것과 관련해 "왜 그랬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도 "약간 더 시간을 갖고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객관적으로 상을 받은 건 팩트니까 기쁨 자체만 생각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