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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위해 감시·격리합니다" 신종코로나 역학조사관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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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 위해 감시·격리합니다" 신종코로나 역학조사관 분투기

    진술 받는 것부터 쉽지 않아… '신문하냐'며 협조 미루기도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 CCTV·카드·휴대전화 기록으로 보강
    첨단 기술 동원하지만 분석과 동선 그리기는 여전히 사람 몫
    전국에 70여명 역학조사관… "팀 플레이 위해선 양성 필요"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 2팀장이 12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역학조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처벌하기 위해 감시하는 것이 아니고 보호하기 위해 감시합니다. 통제하기 위해 격리하는 것이 아니고 보호하기 위해 격리합니다. 공공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설득해 협조를 얻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2팀장을 맡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박영준 결핵조사과장은 12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예방의학 전문의이기도 한 박 팀장의 임무는 전염병 역학조사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어디에서 감염됐는지를 파악하고, 이동 경로를 알아내 추가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첫 번째로 거론되는 어려움은 업무 그 자체의 난이도다. 분석의 기초가 되는 진술을 받는 것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학조사관들이 벌칙 조항 등을 사전에 알려주며 협조를 구하지만, 환자 본인의 활동 내역이 언론에 공개된다는 점이나 개인의 생활을 샅샅이 묻는다는 점 때문에 '신문한다'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진술을 거부한 사례는 이번 감염증에서 없었다고 한다.

    진술을 받은 다음에는 확진자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하는 이유로, 이를 보강하기 위해 CCTV 영상과 카드 사용 내역, 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건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박 팀장은 "예를 들어 CCTV의 경우에는 영상을 보면서 기침을 했는지, 마스크는 썼는지, 한 장소에 몇 분간 있었는지, 반경 2미터에 누가 있었는지, 대화는 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며 "CCTV엔 사각지대도 있고, 직접 환자를 보지 못한 채로 인상착의만 가지고 이를 찾아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찾아낸 인상착의는 결제 내역을 역추적해서 해당 가게 등에 확인을 해야 하고, 그나마도 진술이 불명확하거나 카드 결제 내역이 없거나 하면 해당 시간대의 CCTV를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엔 휴대전화 위치추적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첨단 기술이라는 수단이 있지만, 이를 토대로 확진자의 동선을 그려내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 되는 셈이다. 한국처럼 위치추적정보와 CCTV, 카드 사용내역까지 역학조사에 활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박 팀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운 임무를 맡을 역학조사관이 그렇게 충분하지만은 않다.

    박 팀장은 "중앙(정부 역학조사관)이 40~50명대로 알고 있고, 지방까지 합치면 70명 가량 된다"며 "사실 역학조사의 경우 '팀 플레이'가 중요한데, 지방의 경우 한 지역에 한 명씩 있는 정도로는 안 되고 과감한 투자와 양성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줘야 한다"고 말했다.

    '팀 플레이'에는 조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허점 등을 각자 쌓은 노하우를 통해 보완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진술을 하더라도 중요한 포인트 위주로 말하게 되는데 일상에서 식사를 언제 했는지, 어떻게 귀가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와 어떤 엘리베이터를 탔는지 등을 계속 캐묻게 된다.

    민간 경력 채용으로 인력이 많이 확충되기는 했지만, 의사 출신 조사관들에겐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거나 지방에서의 생활 여건 등 메리트가 적다고 한다.

    "어떻게 조사관이 양성되는지 알리고, 많이 접할 기회를 학창 시절이나 수련의 과정 중 접하게 해서 생소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라는 것이 박 팀장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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