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의 현직 지청장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권이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장의 고유권한이라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하지 않은 것을 옹호하는 취지의 추 장관 발언에 대해서다.
김우석 정읍지청장은 12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장관님 말씀과 관련해 법무부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돼 글을 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껏 검사가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이것이 적법하다고 생각해왔다"며 "언론보도를 접한 후 검찰청법을 찾아보고 법률가로서 고민해봤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조직의 수장"이라며 "구체적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사들의 의견이 상충될 때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 총장을 철저하게 검증할 이유도 임기를 보장해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청법을 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청법 12조에는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한다고 돼 있다.
김 지청장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재판은 가장 핵심적인 검찰사무"라며 "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은 검찰 수장의 가장 핵심적인 권한"이라고 전했다. "총장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이 있다는 것을 직접적, 명시적으로 설시한 규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에는 구체적 사건에 관한 검사의 이의제기를 총장이 수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엄격한 검증 등을 거쳐 임명한 총장을 믿고 그 권한을 존중해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검찰 내 수사와 기소 분리 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지청장은 "총장의 지휘 감독권은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수사팀과 기소팀의 판단이 상충된다면 총장이 검찰청법에 따라 책임을 지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총장이 결론을 내려야할 사명과 책임을 다하지 않고 휘하 검사들에게 이를 떠민다고 한다면 이는 그저 책임 회피로만 보이고 검사로서 부끄럽다"며 "검찰의 수장으로서 깊은 고독을 씹으며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정의롭고 공정하게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추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 비서관 기소를 둘러싼 검찰 내 갈등을 지적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총장의 지시는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을 갖고 구체적인 지휘권은 검사장에게 있다"며 "민주적 통제 장치를 거치지 않는다는 건 수사의 오류나 독단에 빠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추 장관 인사로 부임한 이 지검장이 최 비서관 기소를 결재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있으면서 수사를 담당한 송경호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수차례 결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소를 지시했지만 이 지검장은 결재하지 않았고 결국 이 지검장을 건너뛰고 기소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전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이 지검장에게 "검찰총장 지시사항을 거부하는 게 말이 되나"는 취지로 공개 지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