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사진=연합뉴스)
'연아 키즈'에서 당당히 '포스트 연아'로 우뚝 선 '피겨 요정' 유영(16·수리고)이 다음 시즌에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과 함께 최고난도인 쿼드러플(4회전) 러츠 점프까지 실전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영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23.23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따내며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유영은 '피겨퀸' 김연아(2009년 대회 우승) 이후 무려 11년 만에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4대륙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를 동경하며 피겨에 입문한 '연아 키즈'가 올곧게 성장해 '포스트 연아'로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유영은 고난도 점프인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뛰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유영은 트리플 악셀 뿐만 아니라 쿼드러플 살코에 이어 최고난도로 손꼽히는 쿼드러플 러츠까지 훈련하면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유영은 12일 태릉빙상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난도 점프 없이는 저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룰 수 없다"라며 "다음 시즌에는 프로그램에 트리플 악셀과 함께 쿼드러플 러츠도 넣고 싶다"는 원대한 꿈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3월 세계선수권대회 목표에 대해선 "실수 없는 '클린 연기'를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8점 이상을 받고, 총점에서도 210점대 이상 받고 싶다"라며 현실적인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해 올댓스포츠와 결별했던 유영은 새로운 매니지먼트사로 대홍기획과 손을 잡으면서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유영.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유영과 일문일답.
--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이후 어떻게 지냈나.
▲ 대회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하루 정도 있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충분히 휴식했다. 어제(11일)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 4대륙 선수권대회 은메달은 실감이 나는지.
▲ 은메달을 목에 걸고 나서 실감이 났다. 후회 없이 만족스러운 경기를 치러서 아직 여운이 남아있다. 사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프리스케이팅을 연습하는 데 계속 트리플 악셀이 안 풀렸다. 그래서 실수 없이 끝내 달라고 스스로 외치면서 경기를 했다. 뜻밖에 은메달을 목에 걸어서 아직도 믿기지는 않지만, 지금껏 힘들게 연습해온 보람이 느껴져서 더 특별했다.
-- 트리플 악셀 성공률은 어떤가.
▲ 트리플 악셀은 어릴 때부터 연습했다. 3년 동안 훈련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성공률이 10%도 안 될 만큼 랜딩 횟수도 적었다. 하지만 하마다 미에(일본) 코치를 만나 연습하면서 기술적으로 발전해 성공률이 높아졌고 자신감도 생겨 실전에 들고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55% 정도 성공률이라고 본다.
-- 하마다 코치가 어떤 점을 도와줬나.
▲ 하마다 코치가 정말 잘 가르쳐주신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알고 계신다. 제자들에게 비법을 알려주셔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저의 점프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 '하마다 팀'에 기하라 리카(일본) 등 많은 일본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함께 연습하고 있어서 보고 배울 것도 많았다. 하마다 코치가 저에게 맞는 스타일의 트리플 악셀을 찾아주셨다.
이전에는 저에게 맞지 않는 스타일로 트리플 악셀을 뛰어서 성공 확률이 떨어졌던 것 같다.
-- 고난도 점프를 시도하는 것은 큰 도전인데.
▲ 꿈이 올림픽에 꼭 출전해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 선수들의 영상을 챙겨보면서 어떤 기술이 좋은지 참고해왔다. 러시아 선수들은 쿼드러플 점프를 4~5개씩 프로그램에 넣고 있다. 그래서 트리플 악셀뿐만 아니라 다른 고난도 점프도 있어야만 상위권에 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시즌까지 트리플 악셀을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부터 과감하게 프로그램에 넣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어려운 점프를 계속 시도하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 쿼드러플 점프는 언제 실전에 넣을 것인가.
▲ 지금은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 3월에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야 하고, 다음 주에는 동계체전(20~21일)도 출전해야 한다. 이번 시즌을 끝낸 뒤 비시즌 때 쿼드러플 살코 연습에 매진할 생각이다. 부상이 없고 완성도가 높아지면 2020-2021시즌부터 프로그램에 포함할 생각이다.
지난 시즌에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직전에 시간이 있어서 쿼드러플 살코를 연습했다. 1년 전이었지만 지금 다시 연습하면 그때의 감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서 부상만 없으면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 쿼드러플 점프로 살코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 쿼드러플 점프는 어떤 것을 생각하나.
▲ 선수마다 선택하는 특성이 다르다. 저는 토(toe) 점프보다 에지(edge) 점프가 조금 쉬운 것 같아서 쿼드러플 살코를 선택했다. 쿼드러플 살코는 예전에 랜딩한 적이 있어서 지금 연습하면 된다. 그래도 요즘 러츠 점프가 좀 더 좋아져서 지금 상황에서 다음 쿼드러플 점프를 한다면 러츠를 선택할 것이다.
-- 쿼드러플 점프 완성에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한가.
▲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근육량도 많아야 하고 회전력도 받쳐줘야 한다. 지상훈련에서 충분한 회전력을 높인 다음에 빙판에서 시도할 수 있다. 꾸준히 몇 년씩 연습하면서 차차 나아져야 성공할 수 있다. 쿼드러플 점프는 2016년 11월 '꿈나무 대회' 때 처음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
-- 트리플 악셀 훈련은 하루에 어느 정도 하는가.
▲ 트리플 악셀은 다치기 쉬운 점프여서 잘 뛰는 것만 3~5개 정도로 끝낸다. 매일 지상 훈련을 1~2시간 정도 하고, 아이스 훈련은 4시간 정도 하고 있다.
-- 트리플 악셀은 언제 처음 착지에 성공했나.
▲ 2년 전쯤인 것으로 기억된다. 2015년에 시작했지만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훈련했다. 처음 1년 동안은 거의 성공을 못 했다. 그러고 1년쯤 지나서 성공했지만, 회전수가 부족했다.
--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고난도 점프를 시도하는 이유는. 선수 생활이 짧아질 수도 있는데.
▲ 고난도 점프를 계속 뛰는 선수는 몸이 힘들 뿐만 아니라 선수 생활도 짧아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고난도 점프를 시도할 생각이다. 모든 선수가 고난도 점프를 뛰는 상황에서 저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피겨를 처음 시작한 계기가 (김)연아 언니의 모습을 보고서였다. 연아 언니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게 어릴 때부터 꿈이자 목표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도 상위권 선수들이랑 경쟁하려면 고난도 점프를 1~2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 4대륙 선수권대회 은메달이 어떤 영향을 가져왔다고 보나.
▲ 여전히 대회를 앞두고 떨리고 긴장된다. 그래서 작년까지 실수도 잦았고 성적도 안 좋게 나왔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때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하면서 최종 6위를 차지했다. 그때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서 이번 대회에서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당시 영상을 돌려보면서 더 집중했다. 지금은 좀 더 '언니'가 된 느낌이다.
--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
▲ 초능력이 생긴다면…. 트리플 악셀과 고난도 점프에 많이 성공해서 피겨계에 러시아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 선수들은 물론 다른 나라 선수들도 고난도 점프 요소로 경쟁했으면 좋겠다.
-- 3월 세계선수권대회 목표는.
▲ 실수 없는 '클린 연기'를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8점 이상을 받고, 총점에서도 210점대 이상 받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