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속한 단체에 정치후원금을 '셀프 기부'한 혐의를 받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진원 판사는 13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검찰이 앞서 김 전 원장에게 벌금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형을 내린 것이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더좋은미래' 규약에 의해 매월 10~20만원의 회비를 납부하다가 종전의 회비를 훨씬 초과하는 5000만원을 기부했다"며 "이전에 1회 1000만원의 기부금을 납부한 사실은 있지만, 이와 비교해도 5000만원은 종전의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범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부행위는 공직선거법에 금지된 기부행위의 예외로 규정된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며 "정치자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한 용도의 지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5000만원의 기부금 또한 자신이 소장으로 근무하는 더미래연구소에 귀속되게 한 뒤, 그 재단법인에서 약 945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따라서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며 "범행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였던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열흘 전인 2016년 5월 19일 자신이 받은 정치후원금 중 5000만원을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자마자 더좋은미래의 연구소인 '더미래연구소'의 소장으로 선임돼 1년 넘게 급여를 받은 것이 밝혀지면서 '셀프 후원'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이 같은 행위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결론내렸다. 2018년 4월 금감원장에 임명된 김 전 원장은 결국 취임 2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 전 원장은 선고가 끝난 후 법정을 나서면서 취채진에게 "매우 유감스럽다. 더좋은미래라고 하는 게 정책 중심의 정치를 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모임인데, 여기에 정치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정치자금 목적상 가장 부합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