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수구대표팀 자료사진 (사진=대한수영연맹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 아시아수구선수권대회 개최가 취소되면서 우리나라는 올림픽에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
대한수영연맹은 12일 오후 아시아수영연맹으로부터 "올해 아시아수구선수권대회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득이하게 취소됐으며 국제수영연맹(FINA)의 승인을 받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종 순위로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대체하기로 했다"고 통보받았다.
이에 남자부의 경우 2018년 아시안게임 우승국인 카자흐스탄의 도쿄올림픽 출전이 확정됐다.
아시안게임 2위 일본은 개최국으로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가운데 3위 이란과 4위 중국이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아시안게임에서 5위를 차지한 한국은 도전도 해보지 못한 채 도쿄행이 무산됐다.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2020 아시아수구선수권대회는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해 애초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과 연결된 모든 이동로를 폐쇄한다고 밝히며 중국인의 입국도 금지했다. 그러자 카자흐스탄수영연맹은 자국 정부를 설득해 일단 대회를 2월 26∼3월 1일로 연기했다.
그런데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시아수영연맹은 지난 9일 대회 취소 가능성이 있음을 알리고 추후 자세한 내용을 다시 전달하겠다고 대한수영연맹에 통보했다. 그러고는 결국 사흘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
이번 대회 남자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이란, 중국 4개 팀이 참가하고 여자부에는 6개 팀(카자흐스탄, 중국, 우즈베키스탄, 일본, 싱가포르, 북한)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남자부의 경우 우승팀에는 바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주고 2∼3위 팀에는 3월 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올림픽 최종 예선에 나설 자격을 주기로 했다.
최종 예선에서는 상위 3개 팀이 마지막 도쿄행 티켓을 차지한다.
개최국으로서 자동 출전한 1988년 서울 대회를 제외하고는 올림픽 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한국 수구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러나 뛰어보지도 못하고 도쿄행이 물 건너간 터라 대한수영연맹이나 대표팀 선수들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이승재 국가대표 지도자는 "지난해 전국체육대회가 끝나고 11월부터 팀을 재정비해 아시아수구선수권대회를 목표로 훈련에 매진해 왔다"면서 "대회 취소 통보를 듣고 선수들 모두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만 있는 건 아니니 내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출전권 확보 등을 위해 계속 훈련에 힘을 쏟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