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변협)가 최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사건 관련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한 법무부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전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이 "법무부가 해당사건이 가지는 무거움을 제대로 헤아렸는지 의문"이라고 내놓은 논평과 비슷한 취지다.
변협은 13일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소장 공개제도를 조속히 마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가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유로 국회의 공소장 제출요구를 거부하고 공소사실 요지만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변협은 지난 2005년 도입된 '공소장 공개제도'의 배경을 짚으면서 "특히 고위공무원, 정치인, 권력기관의 비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공적 사안과 관련된 공소사실이 공포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현행 공소장은 요건사실 외에도 검사의 주관적인 주장이 포함돼 제출되는 경우가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로 인해 피고인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권, 변론권이 침해되고 심지어 '명예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격권이 침해당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법무부가 이같은 '공소장 공개'의 폐해를 바로잡겠단 뜻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시기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변협은 "법무부가 공소사실 요지만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원칙에 입각해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론권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지만 공평은 정의와 더불어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이라며 "법의 공정한 적용과 집행이란 점에 비춰볼 때 현재 논란이 되는 특정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이번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시기나 방법에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경청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변을 비롯해 많은 변호사 회원들이 공소장 공개거부의 시기나 방법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는 이번 사안이 이념적 갈등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론권, 국민의 알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의 문제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변협은 이번 논란이 공소장 공개제도를 정비하는 생산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도 나타냈다.
변협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변호인의 변론권, 국민의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 공소장 공개제도가 마련되도록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며 "변협은 회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며 제도의 수정·보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