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비판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표현을 자유를 억누르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는 당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고, 같은당 홍의락 의원은 "민심은 하늘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임미리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을 가했다. 이낙연 전 총리에 이어 김부겸 의원도 당에 고발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낙선 운동으로 재미 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말자"며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 리버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공보국은 결국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민주당은 임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의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도 해프닝을 일으켰다.
"안철수의 씽크탱크"라는 표현을 놓고 안 전 대표 측에서 " 안철수 편을 들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협박"이라는 등 비판이 이어지자 "특정 정치인의 씽크탱크"라고 바꾼 것이다.
안 전 대표 측은 임 교수가 2013년에 '내일'의 실행위원을 했고, 이후 국민의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서 역할을 맡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고발을 강하게 주장했던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미안하다"고만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공보국 명의로 고소 취하를 밝혔지만, 끝내 사과는 없었다. 검찰 고발은 최고위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대표님 명의로 고소가 돼있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한다는 비판에 대한 생각"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뒤이어 오던 윤호중 사무총장도 "대변인이 발표할 것"이라고만 반복했다. 또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엔 몸을 돌려 취재진을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홍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가 고발 조치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취하됐으니까 그걸로 끝내시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해당 칼럼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을 여전히 강조했다.
이해식 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정치적 목적을 가진 칼럼을 게재한 데 대해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발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고발 조치는 과한 것이고, 공당이 일개 교수를 상대로 해서 고발 조치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지도부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에 취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비(非)상식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가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